등록 : 2014.01.20 19:06
수정 : 2014.01.20 19:06
도끼 한 자루를 샀다. 이건 내게 아주 큰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상머리에서 펜대만 굴리던 샌님에게 도끼란 얼마나 과분한 것인가. 번뜩이는 도끼날이 눈썹 같았다. 마루 밑에 도끼를 밀어 넣어두고 누웠더니 잠이 오지 않았다. 세상을 명쾌하게 두 쪽으로 가르듯이 장작을 패보고 싶어서였다. 내 정수리에 번갯불 같은 도끼날이 내려온다 해도 피하지 않으리라. 밤새 다짐은 강해졌고, 괜히 행복해지는 것이었다.
이튿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도끼를 꺼내들었다. 나무의 중심을 내리치기 전에 상상이 먼저 나를 찾아왔다. 나무를 패면 나무는 장작이 되고 장작은 불꽃이 되고 불꽃은 혀가 되고 혀는 뜨거움이 되고 뜨거움은 애욕이 되고 애욕은 고독이 되리라. 나는 이 세상에서 고독하게 장작을 패다가 가리라. 나는 서두르지 않았다. 옛적 아버지처럼 손바닥에 침을 한 번 뱉고,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양발을 벌린 다음, 호흡을 천천히 가다듬고 도끼를 치켜들어(허공으로 올라간 도끼는 내가 모르는 사이 구름의 안부와 별들의 소풍 날짜를 잠깐 물어보았을 것이다), 있는 힘을 다해 힘껏 내리쳤다. 세상은 반드시 쩍 갈라지리라.
그러나 내 도끼는 나무의 중심을 맞히지 못했다. 두 번 세 번 거듭해도 마찬가지였다. 장작을 패는 일은 번번이 빗나가는 사랑하는 일과 같아서, 정답을 피해가는 답안지와 같아서… 독기 없는 도끼는 나처럼 비틀거렸다. 내 가는 손목으로, 이 흰 손으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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