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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3.12 19:08 수정 : 2014.03.12 19:08

잘 아는 분이 꿩 두 마리를 갖다주었다. 바깥분이 사냥을 한 것이라 했다. 비닐봉지 속에 든 이놈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했는데, 시장의 닭 파는 집에 맡기면 조리할 수 있도록 말끔하게 손질해준다는 정보를 알아냈다. 닭 집 주인은 닭털 뽑는 기계에 꿩을 넣더니 금세 능숙하게 손질을 마쳤다. 5000원을 냈다.

예전에는 집에서 기른 닭을 직접 마당에서 잡았다. 큰 양은솥에다 어머니가 물을 펄펄 끓이는 동안 아버지는 수돗가에서 닭의 목을 비틀었다. 길쭉한 목에서 떨어지는 피가 하수구로 흘러들어갔다. 닭 잡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어서 나는 그 과정을 유심히 지켜봤다. 털이 잘 뽑히도록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꺼낸 닭에서는 비릿한 냄새가 났다. 털을 뽑는 일까지가 아버지의 몫이었다. 배를 갈라 내장을 손질하는 일은 어머니가 맡았다. 어머니는 간이며 염통을 따로 떼어놓고, 똥집이라 부르는 모래주머니를 굵은소금으로 씻었다. 길쭉한 창자도 버리지 않았다. 나무젓가락으로 창자를 뒤집은 다음 역시 소금으로 박박 문질렀다. 고약한 냄새를 없애려고 밀가루를 뿌려 문지르기도 했다. 이런 내장과 닭발은 무를 썰어 넣고 자박하게 끓여 아버지의 술안주가 되었다. 전주 중앙시장에 즐비한 ‘닭내장탕’ 간판을 보면 어릴 적 닭 잡던 날이 생각난다. 요즘 아이들은 기름에 튀긴 ‘치킨’을 알지만 ‘닭’은 잘 모른다. 지렁이와 메뚜기를 잡아 닭에게 먹인 일도 없고 닭 잡는 풍경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트위터 @ahndh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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