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4.07 18:50
수정 : 2014.04.0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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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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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두꺼운 잡지가 판을 치는 세상에 작고 얇고 생김새도 보잘것없지만 손에 꼭 쥐여주고 싶은 잡지들이 있다. <녹색평론>이 그렇고, 녹색연합에서 펴내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가 그렇고,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이 그렇다. <동시마중>은 서점에서는 구할 수 없고 정기구독 신청을 해야 우편으로 받아볼 수 있다. 운영 방식도 독특하다. 광고와 후원금을 일절 받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잡지를 운영한단 말인가? 현재 유료 독자가 500명쯤 된다고 한다. 거기에 편집위원들이 매호 일정 금액 제작비를 보탠다. 그런데도 4년이 넘도록 잘 버텼다. 잘 버틸 뿐만 아니라 갈수록 더 단단해지는 느낌이다. <동시마중> 덕분에 근래 시를 쓰다가 동시를 쓰는 시인들이 부쩍 늘어났다. 김민정, 김성규, 박후기, 백무산, 송경동, 오은, 윤제림, 이상국…… 가수 김창완도 여기에 동시를 처음 발표했다. 이런 현상은 정지용, 윤동주, 백석의 시대 이후 거의 60년 만에 찾아온 시단의 사건이다.
<동시마중>은 어여쁘고 중요한 실험이다. 동시 문단의 지형을 바꾸고 동시 부흥의 기틀을 다지는 소리가 들린다. 브랜드 커피 한 잔 값이면 두 달에 한 번 좋은 동시 잡지 한 권을 집에 앉아 받아볼 수 있다. 아동문학의 변방에 있던 동시를 자신의 생활 가까이 데려오는 분들이 늘었으면 좋겠다. 동시는 비교적 짧고 쉬워 어린이에서부터 어른까지 두루 즐길 수 있다. 잘 키운 동시 한 편, 열 편의 시 부럽지 않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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