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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근무는 야간근무를 필요로 한다. 밤에 일하기를 밥 먹듯이 해도 익숙해지지 않고 힘들다. 지구가 자전하면서 생기는 낮과 밤의 주기적인 변화에 몸은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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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몸 / 암을 부르는 교대근무
▶ 별이 빛나는 밤에 나홀로 일해보신 적 있으시죠? 24시간 돌아가는 첨단공장 같은 세상에서 우리의 몸은 밤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학적으로 해가 떠 있지 않은 시각에 일을 하거나 깨어 있으면 몸이 알아서 반응한다는군요. 암, 심혈관계 질환, 만성피로와 과로사…. 모두 아는 이야기지만 실천하기 어렵지요. 자자, 그러니 이제 밤에는 일하지 말고 잠을 자게 해주세요. 지금 독자가 이 기사를 언제, 어디에서 읽고 있을까 궁금하다. 토요판 기사니까 여유롭게 ‘아점’이라도 먹으면서 신문을 펼쳐 읽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로 밤을 꼬박 지새우고 불편한 잠을 청하기 직전에 이부자리에서 보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아니면 아예 야밤에 근무처에서 잠시 쉬는 동안 휴대전화를 통해 보거나. 몇 명이나 그러겠느냐고 고개를 갸웃거리면 안 된다. 전체 노동자 5명 중 한 명 이상은 실제로 깊은 밤을 꼬박 일하면서 보낸다. 2011년 6월,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 실태조사’를 통해 조사한 교대근무 현황을 보면, 조사 대상이 된 10인 이상 기업 전체의 15.2%, 제조업의 22%가 교대제를 실시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은 43.7%로 거의 절반이 교대제를 채택하고 있다. 조사 대상에 군인이나 경찰,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종사자 등 상대적으로 교대근무 가능성이 높은 직업군은 포함되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나 파견 등의 고용 형태도 대부분 빠졌다. 교대근무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의학적으로 보면 오전 7시 이전, 오후 7시 이후의 작업이 포함된 근무는 모두 교대근무로 봐야 합니다.” 김인아 인천 근로자건강센터 실장(연세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의 설명이다. 교대근무는 일반적인 근무 시간 외에도 작업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택하는 근무 형태다. 일반적이지 않은 근무 시간이란 저녁과 야간으로, 이 시간대의 주기적인 작업을 위해 노동시간을 변형해 배치하면 다 넓은 의미의 교대근무다. 교대근무는 적지 않은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드러나는데,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야간근무가 꼽힌다. 교대근무의 문제는 야간근무의 문제와 분리할 수 없다. 간호사의 야근과 유방암의 함수관계 교대근무가 몸에 끼치는 영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야간근무 자체의 부담이다. 밤에 졸음을 참고 일을 하는 것은 그 자체가 고통이다. 사고 위험도 높다. 문제는 밤샘을 일상적으로 해도 익숙해지지 않고 계속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전국금속노조가 2011년 펴낸 ‘수면장애 실태조사 보고서’에 사례가 잘 나와 있다(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누리집에 가면 볼 수 있다). 주야 맞교대 근무를 14년째 하는 금속 노동자 김아무개씨는 “교대근무는 절대 익숙해질 수 없다”고 분명히 말한다. “야간근무는 절대 적응이라는 게 없어요. 야간근무 한 지 20년 됐다고 해서, 야간근무 할 때 팔팔하고 쌩쌩하고 잠도 안 자도 된다거나, 아침에 퇴근하고 집에 가서 푹 잘 수 있고 하는 건 없어요. 야간 1년차든, 10년차든, 30년차든 적응이라는 것을 절대 할 수 없어요.”(보고서 10쪽) 교대근무가 건강에 미치는 또 하나의 영향은 불규칙한 근무 시간이 불러일으키는 신체 리듬의 파괴다. 과학에서는 생물의 ‘하루주기리듬’ 연구가 활발하다. 하루주기리듬은 지구가 자전하면서 생기는 낮과 밤의 주기적인 변화에 몸이 반응하는 것을 일컫는다. 체내 호르몬과 기관의 대사 활동이 이 주기에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 생물학과 의학 연구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하루주기리듬이 파괴되면 건강도 무시 못할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나고 있다. 전체 노동자 5명 중 1명이깊은 밤 꼬박 일하며 보낸다
의학적으로 보면 오전 7시 전
오후 7시 뒤 작업 포함 근무는
모두 교대근무에 해당한다 야간근무로 하루 주기 불규칙해
암·혈관성 질환에 노출되고
만성피로와 수면부족 시달려
“야근 1년차든 10년차든
적응 절대 할 수 없어요” 대표적인 게 암이다. 이미 국제암연구기구(IARC)는 2007년 교대근무를 발암물질 등급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2A에 올렸다. ‘아직은 인체에 대한 자료가 제한적이지만, 발암물질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원인으로는 야간 작업 중에 쬔 빛이 하루주기리듬을 깨뜨린다는 점과,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생성을 억제한다는 점이 꼽혔다. 멜라토닌이 줄어들면 에스트로겐 농도가 높아지는 등 연쇄적인 호르몬 교란이 일어나 암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대표적인 예가 유방암이다. 2011년 6월 미국역학회지에는 노르웨이 간호사 4만9402명을 17년 동안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간호사들은 야간조 근무를 연달아 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 결과 야간근무를 연속으로 하는 날이 길어질수록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아졌다. 5년 이상 근무자 중에서 야간근무를 4일 연달아 한 사람은 유방암 발생 위험이 다른 사람보다 1.4배 높았는데, 6일 연달아 야간근무를 한 경우엔 1.8배로 크게 치솟았다. 심혈관계 질환도 자주 언급되는 문제다. 흔히 ‘과로사’라고 불리는 갑작스러운 사망 중에는 협심증, 심근경색, 뇌출혈, 뇌경색 등의 혈관성 질환이 많다. 이들 질환이 근무 시간이나 형태와 관련이 많다는 뜻이다. 현대차 노조가 2004년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주야 맞교대를 하는 노동자는 주간근무를 하는 노동자에 비해 고혈압과 뇌혈관질환 진단을 받은 비율이 2~3배 높았다. 황승식 인하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밤에 깨어 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반복적으로 노동을 하기 때문에 몸에 무리가 가고, 결국 자율신경에 이상이 생겨 심혈관 증세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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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현대자동차는 창사 46년 만에 밤샘근무를 없애고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시행했다. 시행 당일 아침 6시50분에 근무를 시작한 노동자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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