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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연애/ 밀회
“너무 늦게 깨달았어…내가 귀한 사람이었구나”
▶ 비밀 연애에 빠진 한 여성이 있습니다. 긴 결혼생활 동안 남편에게서 한번도 “예쁘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는 여성에게 여덟살 연하의 회사 후배가 다가왔습니다. 처음부터 사랑은 아니었습니다. 남편에게 인사시킬 정도의 좋은 후배였습니다. 아이와 남편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고민이 됐지만 그를 만나면 자꾸 행복해집니다.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기 쉽지 않습니다. 세상이 불륜이라 부르는 이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 그는 젊고 매력적이고 저돌적이며 야하다. 결혼해 아이까지 있는 내게 직장 후배이며 여덟살 어린 그 남자가 겁도 없이 다가왔다. 회식 자리에서였다. 그는 그날따라 대범했다. 평소 나를 깍듯하게 존대하던 그는 돌연 말을 놓았다.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낯설게 느껴졌고 심장이 쿵쾅거릴 만큼 흥분됐다. 한눈에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하얀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그에게 자꾸 눈길이 갔다.
회식 다음날부터 그와 나 사이엔 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가 나를 바라보면 시선을 피했고, 내가 그를 바라보면 그도 시선을 피했다. 예전에는 편한 선후배였는데 회식 다음날부터 편하지 않았다. 같이 일을 하더라도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심장이 두근거렸다. 지나가는 바람이려니 욕망이려니 마음을 다잡았다.
무엇보다 아이가 눈에 더 밟혔다. 엄마로서 부끄러운 짓이라 생각됐다. 아이의 아빠가 아닌 다른 남자를 마음에 품었다는 것 자체가 죄스러웠다.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이다. 믿음을 깨고 싶지 않았다. 후배와의 일이 착각일지도 몰랐다. 피하려고 하면 할수록 마음은 더욱 요동쳤다.
회식 이후 일주일쯤 지나 관계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팀에 속해서 매일 얼굴을 보고 밥을 먹어야 하는 사이에 이런 마음으로는 업무를 진행할 수가 없었다. 일이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았다. 고민 끝에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냥 친한 후배에 불과했는데 회식 다음날부터 달라졌다
그가 바라보면 내가 피했고
내가 바라보면 그가 피했다 안된다고 해도 그가 다가왔다
관습이나 사회적 규범보다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난 결국 설득당하고 말았다 “니가 동생인지 회사 후배인지 잘 모르겠어. 혼란스럽다. 혹시 너 나 좋아해?” “좋아.” 막상 그의 답을 듣고 나니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날 밤 우린 두시간을 통화했다. 생각을 솔직하게 나누면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서로에 대한 마음이 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난 그런데 가정이 있고 아이도 있어. 나이도 너무 많고. 나는 누굴 좋아하면 안 돼.” “그런 게 무슨 상관이야. 서로 좋아하는데 왜 안 돼. 그런 거 없어. 그렇게 생각하지 마.” “안 돼. 서로 힘들어져.” “그런 생각 하지 마. 솔직해져.” 그는 관습이나 사회적 규범보다 사랑,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나를 설득했다. 난 통화를 하면서 그에게 설득당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동의해버렸다. 나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이 생기는 건 나쁜 일이지만 지금의 감정, 욕구까지도 죄악시해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이 지탄받을 일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 그와 사귀면서 헤어지려고 했다. 가정은 지켜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었고 가정을 깨겠다는 생각이 없는 한 외도나 불륜은 안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 친구의 창창한 앞날을 위해서도 옳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 그냥 원래대로 돌아가자.” “아니. 절대 그렇게 못 돌아가.” 그는 이상하리만큼 신념에 차 있었다. 나와의 관계에서만큼은 확신을 갖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헤어지려던 과정 이후에 그와 나의 관계가 더욱 견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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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밀회’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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