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운동 지도부에는 전봉준보다 ‘강성’인 지도자가 있었다. 김개남이다. 투쟁과 협상을 함께 구사하던 전봉준과 달리, 양반 집단을 적으로 여겨 타협하지 않고 싸웠다.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상상했을지도 모르겠다. 지배층은 김이 얼마나 미웠을까. 체포 후 서울 한성으로 압송하지도 않고 현장에서 처형했다. 정식 재판이 없으니 재판 기록도 없다. 그래서 김개남이 품었을 새로운 세상의 꿈은 기록도 남기지 않은 채 영원히 사라졌다.
체포된 다음 찍은 사진만 남았다. 지치고 넋 나간 표정이다. 나라님을 떨게 만들던 김의 모습은 이렇지는 않았으리라. 늠름한 한창때를 상상하며 김개남의 얼굴을 다시 만들어 보았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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