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스>는 언뜻 사나이들의 권력 다툼을 다룬 작품 같다. 하지만 자세히 보자. 주인공 맥베스는 여성의 힘에 끌려다닌다. 마녀를 만나 야심을 품고, 부인이 부추겨 왕을 암살한다. 서슬 퍼런 권력자가 된 맥베스를 일개 “살인자”라고 규탄하며 봉기의 불씨가 된 인물도 맥더프의 부인이다. ‘여인한테서 태어나지 않은 자’가 나타나야 이야기가 끝난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작품 중심에 맥베스 부인이 있다. 그녀 없이 맥베스는 아무 일도 못한다. 맥베스 부인은 잔혹한 마녀인가 힘 있는 여걸인가?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와 함께 ‘나쁜 여성’ 캐릭터에 불멸의 생명을 불어넣었으니, 과연 셰익스피어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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