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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의 현재 연재작 <마녀>. 멜로물이지만 미스터리적인 멀티 플롯이 돋보인다. 웹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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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순정만화>, <아파트>의 강풀 작가
태초에 강풀이 있었다. 언젠가 한국 웹툰 시장 역사를 정리하는 책이 나온다면 그 첫 문장은 이렇지 않을까. 강도하, 양영순 등 1세대 그룹과 함께 아직 미개척지인 웹툰을 개척한 선구자이지만 그 때문만은 아니다. 아직 대중적인 히트 작품이 없는 웹툰 시장에 <순정만화>와 <아파트> 같은 메가히트 작품을 내놓았지만 그 때문만도 아니다. 기존 출판 만화의 성공 공식과는 전혀 다른 선례를 만들어 자신을 표현할 매체를 찾던 수많은 이야기꾼들을 웹툰 시장으로 불러들여 중흥시킨 것이야말로 그의 가장 큰 업적일 것이다.
강풀 이전에도 웹을 지면 대신 사용하는 만화는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말 그대로 지면을 대신하는 것이었다면 강풀은 웹 특유의 자유로움을 좀더 활용한다. 대학 시절 대자보를 그리며 만화 실력을 닦은 그는 웹툰에서도 마치 긴 대자보 만화를 그리듯 종 스크롤에 맞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웹에 특화된 새 시대의 연출을 보여줬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 면에선 같은 시기에 <위대한 캣츠비>를 통해 이후 세대인 하일권 등에게 영향을 미친 강도하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세련된 스크롤 연출이 더 돋보일지 모른다. 다만 강풀은 탁월한 작화나 사각 프레임에 특화된 기존의 만화 연출 없이도 스크롤을 통해 한 호흡으로 쭉 읽히는 이야기를 만들었을 때 웹툰이라는 매체의 힘이 얼마나 강력해질 수 있는지 증명했다. 동시대 최고의 스토리텔러라는 타이틀과 웹툰의 조상님이라는 타이틀은 그렇게 조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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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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