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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짜리 도박에도 잉여적 열정을 보이는 <선천적 얼간이들>의 캐릭터들. 웹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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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선천적 얼간이들>의 가스파드 작가
10월은 이별의 계절인가 보다. 지난주 김규삼 작가의 <쌉니다 천리마마트>가 완결된 것에 이어 가스파드 작가의 일상 개그만화인 <선천적 얼간이들> 시즌1이 끝났다. 매주 목요일(<선천적 얼간이들>이 업데이트되는 요일)에 박장대소할 일 하나가 없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만큼 <선천적 얼간이들>은 수많은 일상 개그만화 중에서도 독보적일 정도로 웃음의 파괴력이 강력한 작품이었다.
나와 함께 매거진 <아이즈>(IZE)에서 웹툰 리뷰를 연재중인 김낙호 평론가는 일상 만화를 웃기는 소재를 가져온 경우와 평범한 이야기도 웃기게 하는 경우로 구분하며 <선천적 얼간이들>을 후자로 설명했다. 백퍼센트 동의한다. 최근 에피소드인 ‘탐욕의 성배’ 편은 거창한 제목과 달리 따지고 보면 친구들끼리 자취방에서 10원짜리 내기 도박을 한 이야기다. 명절마다 화투판이 벌어지는 우리나라에서 그다지 신기할 것도 없는 이야기지만, 10원이 차곡차곡 쌓이는 곰돌이 저금통에 대한 휘황찬란한 묘사와 그것을 탐하는 캐릭터들의 욕망을 과장되게 그리면서 정말 이 저금통은 탐욕의 성배처럼 느껴진다. 특히 높은 수준의 작화는 이 만화적 과장에 빠질 수 없는 요소다. 그림 자체의 세밀함도 세밀함이고 보통 색상 하나를 톤 하나로만 채색하는 다른 일상 만화와는 달리 두 개, 세 개 톤을 쓰는 채색은 소위 ‘쓸데없는 고퀄리티’의 모범 답안처럼 보일 정도다. 바로 이러한 잉여적으로 넘쳐나는 의욕과 에너지야말로 이 작품과 가스파드 작가의 가장 큰 힘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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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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