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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부활을 막은 <아스란영웅전>의 용사 아랑 소드. 하지만 그의 영웅적 희생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는다. 웹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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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세상에서 가장 우울하고도 소름 돋는 결말이었다. 지난해 완결된 박성용 작가의 웹툰 <아스란영웅전>을 떠올릴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한 섬에서 벌어진 추악한 실험을 파헤치고 목숨을 바쳐 악마의 부활까지 막아냈지만, 덮고 싶은 진실을 드러냈다는 이유 때문에 참수 효시된 용사 아랑 소드의 모습은 영화 <다크 나이트>의 그것보다 더 강렬한 비극미를 보여줬다. 자신의 안위나 주위의 의견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믿는 정의를 실현한다. 용사니까. 바로 그 거침없음 때문에 세상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지는 못한다. 평화로운 시대의 용사니까. 그럼에도 감내해야 한다. 여전히, 용사니까. 과거 아랑 소드가 물리쳤던 거대한 드래곤 같은 재앙이 없더라도 세상에는 언제나 부조리와 악이 존재한다. 그래서 용사는 세상에 개입하고 싶어하지만 정작 세상은 법과 시스템 안에서 이 모든 걸 처리하길 바란다. 아랑 소드는 분명 악인을 찾아 심판하지만 “사람의 생명이란 동일하게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그는 종종 자신의 정의를 위해 일방적인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일종의 자경단에 가까운 그의 기준에서 어떤 살인은 가치 있는 행동이 될 수 있다. 아랑 소드는 이 윤리적 모순 앞에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지만 결국 세상으로부터 배반당했다. 흥미롭게도 박성용 작가가 현재 연재하는 <스페이스 킹>에서는 반대의 경우가 나온다. 마르코시 행성의 구알라라는 공개 사형제도에 대해 주인공 백수인은 이 제도가 인권을 침해한다고 반대한다. 하지만 그가 마르코시의 자경단으로부터 구해준 죄수는 행동이 자유로워지자 그를 배신하고 사람을 죽인다. 아랑 소드처럼 사적인 차원의 처단을 하든, 백수인처럼 가장 합리적인 시스템을 고민하든, 미처 해결할 수 없는 부조리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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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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