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티 작가가 현재 연재중인 <악플게임>의 한 장면. 마치 프로게이머처럼 악플로 게임을 펼친다. 웹툰 갈무리
|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 <고삼이 집나갔다>, <악플게임>의 미티 작가
최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만화 <설희> 사이의 표절 공방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두 작품의 플롯과 장르적 감성이 매우 다름에도 이런 일이 벌어진 건, 두 작품이 공유하는 설정이 너무 매력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동시대 웹툰들이 원작으로서 다른 미디어의 사랑을 받는 이유 역시 설정의 힘이 크다. 남파 간첩이 동네 바보 연기를 하며 임무를 수행한다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그러하고, 자신의 장기를 주는 조건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여 복수를 계획한다는 <더 파이브>가 그러하며, 강풀의 거의 모든 작품이 그러하다. 하지만 절대 간과되어선 안 되는 건 모든 서사 장르에서 최종적인 힘은 설정이 아닌 전체 이야기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현재 <악플게임>을 연재중인 미티 작가는 특히 이러한 이야기의 뚝심에서 유독 돋보인다.
어느 날 갑자기 현재의 기억을 안고 어린 시절로 돌아간 남기한의 이야기를 다룬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 고3 신분으로 얼떨결에 가출을 했다가 이런저런 소동에 휘말리는 <고삼이 집나갔다>, 그리고 마치 프로게이머처럼 누가 더 뛰어난 악성 댓글을 쓰는지 겨루는 <악플게임>처럼 그의 작품은 설정부터 굉장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정작 이야기의 끝은 처음 설정과 비교해 굉장히 멀리 떨어진다.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는 왜 남기한이 과거로 돌아갔는지에 대해 설명하다가 거대한 평행 우주 개념까지 올라가고, <고삼이 집나갔다>는 가출한 아이들을 가두는 악질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활극이 되며, <악플게임>은 악플로 인터넷 세상을 지배하려는 재계 인사의 음모까지 확장됐다. 이쯤 되면 수습할 수 없게 이야기를 불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는 얼렁뚱땅 완결로 넘어가지 않고(작가들은 흔히 ‘싼다’고 표현한다) 넓게 퍼진 이야기를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매듭짓는다.
|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