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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겪는 다양한 상황을 다룬 <달콤한 인생>의 한 장면. 웹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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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달콤한 인생> <별을 부탁해>의 이동건 작가
현재 나는 한 포털에서 웹툰 작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기사가 공개됐을 때 독자들에게 가장 화제가 되는 건 최고 인기작가가 등장했을 때가 아니라 당연히 남자일 거라 생각했던 작가가 실은 묘령의 여자 작가인 게 밝혀졌을 때다. <미숙한 친구는 G구인>의 최삡? 작가가 그러했고, <위 아 더 능력자>의 손하기 작가도 그러했으며, <레사>의 포고(POGO) 작가도 그랬다. 반대의 경우는 거의 없는데, 작가가 남자라는 것에 독자들이 놀란 건 단 한 번 <달콤한 인생>의 이동건 작가가 남자라는 것이 밝혀졌을 때다. 그만큼 이 귀여운 연애만화는 여성 독자들도 놀랄 정도로 여성의 마음을 잘 그려냈다고 평가받는다. 정작 본인은 결혼을 하고도 여자들의 ‘귀엽다’는 말이 정확히 어떤 뜻인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지만.
사실 <달콤한 인생>에 나오는 여성과 남성의 차이는 예전부터 연애 개론서를 비롯한 어디에선가 한번쯤 본 이야기에 가깝다. 가령 겉으로는 사과하러 오겠다는 남자친구한테 화를 내면서 외출복으로 갈아입는 여자의 사연은 귀엽고 재밌지만, 여자의 말은 남자의 그것보다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오래된 가르침을 변주하는 정도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에 많은 여성 독자들이 공감을 표한 건 우선 이 정도의 성찰을 보여주는 작품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작가 스스로 여자의 속마음에 대해 다 안다는 태도를 취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가령 스키장에서 다리를 다쳐 남자에게 다리를 보여주며 아픈 것보다는 제모를 안 한 것에 괴로워하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작가는 여자가 왜 괴로워하는지 몰라 어리둥절한 남자의 모습에 더 집중한다. <달콤한 인생>의 미덕은 여자를 얼마나 잘 아느냐보다는 아직 잘 모르는 여자에 대해 얼마나 조심스럽게 표현하느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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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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