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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앤과 괴수의 대결. 결투 자체는 멋있지만 이게 정확히 왜 벌어지는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나이트런>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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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최근 일상에서 영업이라는 말을 종종 쓴다. 자기가 볼 땐 재밌지만 아직 인기는 부족한 작품을 남들에게 추천하는 행위를 영업이라고 말하는데, 나 역시 아주 대중적이진 않지만 흥미로운 요소가 많은 작품에 대해 영업을 열심히 하는 편이다. 아마 이 지면을 통해 <히어로메이커>나 <스페이스 킹> 등을 소개한 것도 영업의 일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하는 김성민 작가의 <나이트런>에 대해선 차마 영업을 할 자신이 없다. 추천하기에 재미없다는 뜻은 아니다. 에스에프(SF) 판타지라는 장르적 특성만을 따진다면 이 작품의 성과는 웹툰의 지난 10년 중에서도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다. 다만 너무나 복잡하고 방대한 설정과 스토리, 그리고 가독성이 떨어지는 구성과 결코 단순하지 않은 인물들의 프로필 때문에 이제부터 정주행을 시작하기에는 너무나 막막한 게 사실이다. 사실 당장 첫 회를 소화하는 것부터도 쉽지 않다. 천부적 재능을 가진 주인공이 조금씩 강해지며 역시 더 강해지는 적을 물리치는 소위 에스컬레이션 방식의 만화와 달리 <나이트런>의 주인공이자 최강의 기사인 앤은 이미 전성기를 넘긴 나이로 첫 회에 등장한다. 대체 기사가 무엇인지 그들이 싸우는 괴수는 무엇인지, 앤은 뭐 하던 인물인지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당장 전투가 벌어지니 독자 입장에서는 이게 첫 회가 맞나 싶을 정도다. 이후에도 앤이나 프레이, 드라이 등 주요 인물의 과거사에 대한 설명에 지면을 할애하기보다는 수많은 등장인물의 대사와 관계로부터 그 모든 걸 유추하게 한다. 역시 방대한 설정을 가진 작품인 <신의 탑>이나 <덴마> 등이 차근차근 주인공이 만나는 세상의 넓이를 키워가며 거대한 세계의 윤곽을 차근차근 드러낸다면, 김성민 작가는 거대한 연대기의 한쪽 끝을 무작위로 잘라내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작품의 주요 설정을 블로그를 통해 독자들과 공유하던 <신의 탑> 에스아이유(SIU) 작가의 방식과 비교하면 이건 불친절한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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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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