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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물건을 가져온 뒤 술을 안 마시겠노라 다짐하는 <술도녀>의 정뚱. 하지만 못 그럴 거란 걸 그도 알고 우리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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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결코 밤에 보면 안 되는 만화들이 있다. 조경규 작가의 <차이니즈 봉봉 클럽>과 <오므라이스 잼잼>, 얌이 작가의 <코알랄라> 등 식도락의 즐거움을 강조하는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저녁을 거하게 먹을지언정 야식은 먹지 말자는 다이어트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흔들리기 일쑤다. 그럴 때마다 어차피 이 시간에 이런 진수성찬을 차려 먹을 수는 없으니 내일 낮에 먹자고 위안하고 애써 외면하는데, 그런 나조차 피하기 어려운 유혹적인 웹툰이 생겼다. 지난 4월부터 다음을 통해 정식 연재를 시작한 미깡 작가의 <술꾼 도시 처녀들>(이하 <술도녀>)이다. 작가의 자전적 경험으로 만들었을 세 명의 ‘술도녀’ 정뚱, 꾸미, 리우 동갑내기 세 여성은 말 그대로 주당들이다. 취하면 술집의 물건을 들고 오는 주사도 있고, 밤새 달리면 달린 대로 숙취에 구토를 하지만, 하루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다시 모여 술을 마신다. 물론 종종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노라 다짐할 때도 있지만 그들도 알고 우리도 안다. 그 다짐은 결코 지켜지지 않을 거라는 걸. 그리고 다시 술과 숙취와 해장과 술의 무한 루프로 빠지는 것에 대해 딱히 그녀들도 변명하지 않는다.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의 주인공은 술이 아니면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는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토로했지만, 그녀들에게 그런 대의명분은 필요하지 않다. 그저 본능을 충실히 따를 뿐이다. 어떡하나. 몸에서 원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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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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