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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 귀신>에서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장면. 별거 아닌 거 같다고 생각된다면 용기 내어 직접 컴퓨터로 확인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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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요즘처럼 날이 더워지면 본격적으로 찾는 두 가지가 있다. 평양냉면, 그리고 공포물. 하지만 언제 먹어도 시원하고 맛있는 평양냉면과 달리 제대로 된 공포물을 만나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코미디라고 나온 작품 중 정말 웃긴 게 10작품 중 하나꼴이라면, 공포라고 나온 작품 중 정말 무서운 건 100개 중 하나 수준이니까. 그만큼 낮은 확률을 뚫고 정말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비명을 토해내게 만드는 작품을 만나는 건 그래서 더더욱 반가운 일이다. 2011년 네이버에서 납량특집으로 기획한 웹툰 <2011 미스터리 단편>에 실려 호랑 작가를 단숨에 공포 웹툰의 스페셜리스트로 만들어준 <옥수역 귀신>처럼. 작품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고, 무심코 검색어를 클릭한 사람들 덕에 사무실에서 1시간 단위로 비명이 들릴 정도로 당시 <옥수역 귀신>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공포 만화인 걸 알기 때문에 무서운 장면이 나올 거라 예상하며 한 컷씩 스크롤을 내리던 신중한 독자들조차 비어 있는 선로에서 갑자가 화면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듯한 귀신의 손아귀에는 미처 대비하지 못했다. 물론 단순히 놀라는 것과 무서운 건 다르다. <옥수역 귀신>이 탁월했던 건 단순히 못 보던 기술을 보여줘서만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의 손이라는 떡밥을 던져 공포를 심어준 뒤 천천히 발아시켜 예상하지 못한 순간 독자의 빈틈을 공략하는 세련된 전략이야말로 이 단편의 힘이다.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시각효과가 항상 효과적인 충격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새로운 기술을 통해서만 줄 수 있는 충격이란 게 있다. <옥수역 귀신>은 그래서 잘 만든 공포물이자 의미 있는 웹툰이었다. 이후 같은 시리즈에서 공개한 <봉천동 귀신> 역시 <옥수역 귀신>을 보고 마음의 준비를 한 사람들에게 한번의 플래시 애니메이션 효과로 방심하게 한 뒤, 한번 더 플래시를 써서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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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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