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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6.13 18:44 수정 : 2015.10.23 18:18

신입생에게 술을 먹이는 <복학왕>의 한 장면. 웰컴 리얼월드.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노병가>, <패션왕>, <복학왕>의 기안84

우기명이 돌아왔다. 아니 기안84가 돌아왔다. 이번주 웹툰계의 가장 큰 이슈는 역시 <패션왕> 완결 이후 1년 만에 기안84 작가가 <복학왕>으로 복귀한 사실일 것이다. 네이버 웹툰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패션왕>의 우기명을 다시 주인공으로 데려왔다는 것도 흥미롭지만, 프롤로그부터 본인의 특기인 찌질하고 답답한 일상의 리얼리티를 <패션왕> 때보다 훨씬 극대화해서 보여준다는 건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다.

‘멋이라는 것이 폭발했다!’는 강렬한 문구와 함께 연재 초기부터 엄청난 관심을 끌었던 <패션왕>은 기안84 작가에게 엄청난 조회수와 인기만큼 악플과 별점 테러까지 남겼다. 고질적이었던 마감 지연과 전설로 회자되는 우기명 늑대인간 변신 사건 등, 작품의 팬으로서도 ‘쉴드’를 치기 어려운 사건 사고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패션왕>에 쏟아지는 비난에는 부당한 면이 있었다. 나름 교내 패션 피플로 잘나가던 우기명이 실종되어 중국집에서 일을 하거나, 패션 서바이벌 토너먼트 중이던 우기명이 동해로 놀러 가는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은 산으로 가는 진행이라 비판했다. <패션왕>이라는 타이틀과 플롯의 짜임새만을 생각하면 옳은 말이다. 하지만 기안84의 장기는 플롯이 아닌 캐릭터다. 우기명이라는 인물의 소심함과 결핍, 허세를 생각하면 각각의 돌발적인 에피소드들은 그다지 어색하지 않다. 우기명이라면 지금쯤 이런 헛짓거리를 하는 게 맞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기안84는 일관된 주제의식과 메시지를 플롯 안에 개연성 있게 녹여내기보다는 캐릭터가 실제로 할 법한 일들을 별다른 편집 없이 거의 그대로 그려내며 자신만의 리얼리티를 확보한다. 전경 사회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부조리와 폭력을 역시 기승전결이 아닌 입대부터 전역까지의 흐름으로 정리한 <노병가>가 그러했고, <패션왕> ‘관심병’ 편의 모티브가 된 ‘외로운 얄상남’이 포함된 <기안84 단편선>이 그러하다. <패션왕>이 아쉽다면 패션왕이 되는 판타지를 기대하게 만들고선 현실의 비루함을 비추는 데 공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말했듯, 그의 복귀작 <복학왕>이 기대되는 건 이 지점이다. 처음부터 그는 판타지에의 기대감 대신, 소위 ‘지잡대’에서 꿈 없이 청춘을 허비하는 선배들과 그 모습에 위기를 느끼는 신입생을 비춰주며 판타지 따위 없는 리얼 대학 생활을 예고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야겠다는 댓글들은 이 생생한 풍경에 대한 가장 열렬한 반응일 것이다. 물론 대다수 독자는 판타지를 보기 위해 만화를 본다. 어차피 다수의 만화가 그 욕망을 채워준다면, 가끔 한둘은 이것이 네가 살아가야 할 현실이라고 날것을 보여줘도 되지 않을까. 어딘가 비릿한 <복학왕>의 대학 풍경처럼.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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