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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해야 하는 여자와 결벽증이 있는 남자의 만남. 여기서 <언터처블>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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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카오스어택> <언터처블>의 맛스타 작가
언젠가 <미생>의 윤태호 작가에게 좋은 이야기의 조건을 들은 적이 있다. 스토리 기법보다는 캐릭터를 중시하던 그는 “이 사람 성격에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면 그게 아무리 사소해도 위기고 갈등”이라고 정리했다. 창작을 꿈꾸는 지망생이라면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라 할 수 있는데, 현재 맛스타 작가가 연재하고 있는 <언터처블>은 이에 대한 가장 훌륭한 결과물까진 아니더라도 가장 잘 들어맞는 예시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주인공 이시아가 뱀파이어라고 하는 판타지적인 설정이 있지만, <언터처블>의 핵심 갈등은 결코 거창하지 않다. 피를 빠는 대신 접촉을 통해 인간의 기운을 살짝 뽑아 먹는 뱀파이어 이시아에게 접촉은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뱀파이어 특유의 아름다운 외모와 모델이라는 직업 덕에 일반 남자들과의 접촉은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맛있는 기운의 소유자이지만 타인과의 접촉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결벽증 환자 신지호를 만나면서 이시아는 인생 최대의 어려움을 겪는다. 만져야 하는 쪽과 만지는 걸 거부하는 쪽이 부딪치며 만들어지는 갈등구도 속에서 필연적으로 이시아는 신지호의 결벽증을 치료하기 위해 접근하고 그의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인간적 연민을 느끼기 시작한다. 작지만 당사자에겐 결코 사소하지 않은 갈등의 씨앗을 동력 삼아 남녀의 티격태격 러브스토리로까지 자연스레 이어지는 과정은 캐릭터를 어느 한쪽에 몰아붙일 때 이야기가 어떻게 파생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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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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