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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방과 후 전쟁활동>에서 어른들은 수능 가산점과 불안함을 미끼로 아이들을 전쟁으로 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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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방과 후 전쟁활동>의 하일권
연말을 맞아 ‘나홀로’ 웹툰 시상식을 벌이고 있었다. 2014년의 마지막 시상을 앞두고 이번주 토요판은 세월호 특집으로 꾸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행히 이 기회에 이야기하고 싶은 작품과 작가가 있었다. 올해의 마지막 상은 ‘올해의 예지’ 부문이며, 수상자는 <방과 후 전쟁활동>의 하일권 작가다. 사실 해당 작품은 지난해 12월에 완결됐다. 하지만 말 그대로 이 작품은 올해 2014년에 대한 너무나 끔찍하고 슬픈 예지로 남았다.
설정만 놓고 보면 <방과 후 전쟁활동>은 정말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다. 정체도 유래도 알 수 없는 미확인 구체들이 하늘에서 무차별로 떨어져 폭발하거나 촉수를 뻗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학살한다. 병력이 필요한 군은 고등학생까지 예비군으로 편입하고, 작품의 주인공인 성동고 3학년 2반 아이들 역시 이 전투에 참가한다. 하지만 이처럼 밑도 끝도 없이 불가항력적으로 벌어지는 전투는 한국의 십대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메타포 역할을 한다. 사실 아이들에게 입대를 선택하지 않을 권리는 있었다. 하지만 입대하면 수능 가산점을 주는 시스템 안에서 다른 모두가 가산점을 챙길 때 나 혼자 뒤처지면 어떡하나 싶은 두려움과 불안 때문에 거의 모든 아이들은 예비군을 선택한다. 어른들이 만든 시스템은 아이들이 온전한 판단을 할 기회를 빼앗고 그들을 절망의 길로 몰아넣는다. 미확인 구체와의 싸움에서 목이 잘려나가며 목숨을 잃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먹먹하지 않기란 어렵지만, 세월호 사건 이후에는 이 작품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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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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