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 초기 홍설의 눈에 비친 유정의 모습. 하지만 지금 둘은 연애 중이다.
|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치즈 인 더 트랩>의 순끼 작가
그래서 과연 치즈는 무엇이고, 트랩은 무엇일까. 순끼 작가의 <치즈 인 더 트랩>을 볼 때마다 드는 의문이다. 얼핏 보면 이 작품은 주인공 홍설이 유정을 만나 벌어지는 캠퍼스 신데렐라 스토리처럼 보인다. 홍설은 똑똑하고 성실해 성적도 좋고 장학금도 받지만 비싼 등록금을 내는 건 쉽지 않은 형편이다. 요컨대 신데렐라의 조건을 상당 부분 갖췄다. 여기에 불가리 시계에 외제차를 몰고 다니고 학과 사람 모두에게 베풀기 좋아하는 유정은 현대판 왕자님으로 부족함이 없다. 그 왕자님이 홍설에게 호의를 가지고 접근했다. 이제 남은 건 상큼한 캠퍼스에서 펼쳐지는 설레는 로맨스의 과정뿐이다. 하지만 <치즈 인 더 트랩>의 이야기는 상큼하지도 마냥 설레지도 않는다.
작품 소개에는 ‘평범한 여대생 홍설’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지만 사실 홍설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공부를 잘하거나 의외의 미인이라서만은 아니다. 그는 소위 평판이라는 것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눈으로 대상과 대상들끼리의 관계를 읽어내는 통찰력을 지녔다. 그에게 세상은 균열의 형태로 드러난다. 유정과의 첫 만남에서 유정이 자신에게 들이대는 1학년 여학생에게 슬쩍 물을 쏟아 자리를 벗어나게 하는 걸 눈치챈 것 역시 홍설뿐이다. 하여 그는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며 접근하는 유정이 웃는 얼굴 뒤에 냉정함을 숨긴 ‘뱀 같은’ 존재로 보인다. 여기서 신데렐라 스토리에 어울려 보이던 구도는, 차라리 진실을 통찰하는 홈즈 대 권력과 지능까지 겸비한 모리아티의 관계처럼 전환된다. 홍설은 자신에 대한 유정의 호의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그의 시선을 따라가는 독자 역시 유정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