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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4.03 19:11 수정 : 2015.10.23 18:05

<여중생 A>의 장미래는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고 도서관에 혼자 숨어 책을 읽는다.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아이들은 즐겁다>, <여중생 A>의 허5파6

과연 이 아이들은 나이를 먹은 뒤에도 즐거울 수 있을까. 허5파6 작가의 데뷔작 <아이들은 즐겁다>를 따뜻한 기분으로 보면서도 항상 들던 생각이다. 어머니는 아파 병원에 누웠고 아버지는 출장이 잦으며 집안 형편은 썩 넉넉하지 않은 주인공 다이의 환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애잔하다. 하지만 작가는 ‘이 아이 불쌍하지 않아요?’라며 신파의 상황으로 독자를 몰고 가기보다는 초등학생인 다이와 친구들이 서로 위화감 없이 노는 하루를 오히려 제목 그대로 즐거운 분위기로 그려낸다. 가령 다이를 비롯해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따로 호명해서 불러내 소풍날 굳이 도시락을 싸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선생님은 호의로 위장된 차별을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선생님이 우릴 차별한다며 분노하는 유진과 달리 다이는 학부모들이 따로 선생님을 위해 준비한 도시락들이 맛있어서 좋다고 순진무구하게 좋아한다. 세상의 차별과 편견 속에서, 그럼에도 세상을 의심하지 않고 행복할 수 있는 아이들의 세상을 보고 있노라면 미소가 지어지는 동시에 저 행복한 유년기가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아슬아슬함에 더 먹먹했다.

작가의 신작 <여중생 A>를 보며 아직 커다란 사건 없이도 마음이 덜컹했던 건, 이 불안감이 적중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주인공인 중학생 미래의 집은 가난하고 아버지는 주사(어쩌면 주폭)가 심하다. 집안 형편과 작은 체형 때문에 소심하고 주눅도 잘 들지만 그렇다고 자존감을 버릴 정도는 아닌 예민한 사춘기 소녀는 자신의 속내를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않고 대신 가상의 정체성을 연기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에 매달린다. 커버린 아이는 안다. 다시는 아이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나의 어려움을 공개했을 때 세상은 나를 무시하거나 동정할 것이라는 것을. 둘 다 자신에게는 상처가 될 거라는 것을, 안다. 그러니 반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아닌 여중생 A가 되어서라도, 숨겨야 한다. 하지만 세상은 그것조차 쉽게 허용해주지 않는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아이들은 즐겁다>의 소풍 에피소드와 <여중생 A>를 보며 경상남도의 학교 무상급식 중단이 떠오른 건 그래서다. 미래는 1학년 때 같이 지내던 친구 현주에게만 살짝 형편의 어려움을 알려주지만, 현주가 반 아이들에게 성금을 모아 전달해주자 돈을 그대로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다. 하나 있던 친구도 잃고 반 아이들에게는 ‘또라이’로 낙인찍혔지만 그렇게라도 자존감을 지켜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의 여중생 A들은, 다이들은 그렇게 스스로 자존감을 지킬 기회조차 박탈당한다. 나는 급식비를 낼 형편이 아니라는 것을 고백해야 하고, 호의를 가장한 폭력에 감사하다는 제스처를 취해야 한다. 이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웹툰 작가도 알고, 독자들도 안다. 누구 한 사람만 모르고 있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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