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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독자는 함께 나이를 먹는다. <낢이 사 는 이야기>의 힘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독자와 공감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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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낢이 사는 이야기>의 서나래
결혼 2개월차인 나와 아내가 요즘 자주 하는 농담은 “나랑 결혼해서 이마마마마만큼 행복해?”다. 아, 신혼커플의 흔한 닭살 행각은 아니다. 지난 2월부터 시즌 4를 시작한 <낢이 사는 이야기>에서 서나래 작가가 남편인 이과장과의 신혼 에피소드가 기대만큼 행복하진 않다며 말한 “신혼이라면 이마마마마마만큼 행복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대사에 우리 역시 크게 공감하며 자지러졌던 것뿐이다. 세상 어느 부부도 누리고 있지 못하지만 다들 한번쯤은 꿈꿔봤을 환상에 대한 너무나 적절한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일상만화라는 장르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진리를 깨닫게 됐다. 역시, 일상만화의 웃음은 공감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공감은 인생의 어떤 사이클과 무관할 수 없다.
해당 에피소드를 보고 깔깔 웃으면서, 일상만화의 1세대라 할 수 있는 서나래 작가에게 새삼 동질감과 친근감을 느낀 건 그래서다. 네이버 연재 기준으로만 따져도 2007년부터, 개인 홈페이지부터 따지면 2004년부터 무려 11년 동안 자신의 일상을 <낢이 사는 이야기>라는 단일 타이틀 안에서 만화로 그려왔다. 그 11년 동안 생일케이크를 사려다가 화이트데이 때문에 품절된 것에 절망하던 솔로여성 낢은 신혼이 되었고, 거친 직장 3년차 언니는 아이 엄마가 되었고, 특유의 말실수로 만화의 주요 소재원이 되었던 어머니는 할머니가 되었다. <낢이 사는 이야기>에선 낢(서나래)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이 세월의 흐름 안에서 조금씩 변화한다. 2013년의 한 에피소드에서 말수 적던 아버지가 다정다감한 문자를 보내는 것에 감격하는 건, 너무 사소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작품 속 낢과 함께 나이 먹어온 독자라면 만화 안에서 아버지의 변화에 대해, 또한 만화 바깥에서 예전보다 약해진 아버지의 변화에 대해 마음이 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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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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