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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신자유주의 극복 노력… 한국은 신개발주의와 함께 기승
4대강 정비, 타당성·민주성·이념성의 관점에서 비판할 필요
시민편집인의 눈/
1929년 대공황 이래 가장 심각하다는 불황이 닥치자 국가 개입주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그가 탁월한 경제학자임에는 틀림없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한편으로 대단한 저널리스트였다는 사실이다.
<경제 언론의 힘>이라는 책의 저자 웨인 파슨스는 ‘케인스가 1920년대에 명성을 쌓기 시작한 것은 교수가 아니라 경제 저널리스트로서였다’고 썼다. 학술지보다는 언론매체가 그의 공론장이었다. 당시 그는 경제현실에 대한 조회와 통찰력을 바탕으로 각종 신문과 잡지에 무려 300건의 기사를 썼다. 우리나라 상당수 사회과학도들이 ‘잡문은 안 쓴다’는 명분 아래 오히려 현실의 끈을 놓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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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기사의 내용은 보수신문들이 ‘19만명 고용, 23조 생산유발 … 강-경제 동시 회생’(동아) 등 긍정적 효과를 강조한 반면, 경향이 ‘경기부양 근거 제시 못하고 실효성도 의문’이라며 정비계획 자체에 시비를 걸고 나섰다. 한겨레는 ‘물길 정비·제방 보강’으로 정비계획의 내용을 소개한 뒤, ‘4대강 정비는 대운하 1단계’라는 일부의 시각을 전했다. 이 이슈와 관련한 한겨레의 보도 태도는 23일치 국토해양부 업무보고 기사에서도 재연됐다. 경향이 국토부가 ‘다시 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1면에서 지적하며, 5면을 털어 ‘물 부족 해결 명분’으로 ‘토건국가식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한 반면, 한겨레는 ‘주택 재당첨 제한 2년간 폐지’ 등에 초점을 맞췄다. 같은 날 한겨레는 4대강 정비계획을 비판한 전국교수모임의 긴급토론회를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물론 국토부 업무보고를 ‘투기 가수요 불어넣기’로 비판하는 것도 에디터의 ‘의미 있는 선택’이다. 그러나 필자가 의견을 들어본 국토계획과 환경 분야 전문가 중에는 “한겨레가 4대강 정비 문제를 소홀히 다루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이도 있었고, “진보언론의 ‘맏형’인 한겨레가 앞장서서 이명박 정부가 속도전에 들어간 ‘토건국가 행군’을 막아야 한다”고 주문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면 어떤 관점에서 이슈 파이팅을 할 것인가? 첫째, 타당성의 관점이다. 대운하는 경제성조차 없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경제성이 있는 사업일지라도 한정된 예산의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더라도 4대강 하천정비 사업은 사실상 거의 끝난 사업이다. 경기부양과 고용의 시급성을 말하지만, 건설업에 대한 정부 재정지출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다른 선도산업과 사회보장 지출에 견주어 훨씬 떨어진다. 대학 진학률이 83%에 이르는 나라에서 대졸자를 공사판 임시직으로 활용할 건가? 이런 관점에서 한겨레가 4대강 정비계획 자체를 비판하기보다 ‘대운하의 1단계가 아닐까’ 하는 데만 초점을 맞춘 것은 아쉬웠다. 둘째, 민주성의 관점이다. 국토의 미래를 결정짓는 대규모 토목사업이 여론을 거슬러 집행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남권 주민 75%가 찬성했다는 ‘낙동강 물길 살리기’ 여론조사도 이미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전광석화처럼 착수해 질풍노도처럼 밀어붙여야 한다”는 발언에는 민주성의 참담한 현주소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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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수 시민편집인,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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