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4.12 19:43
수정 : 2013.07.1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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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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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윤이나의 윤이나는 프로
인간의 조건
<한국방송>(KBS) 2텔레비전 토 밤 11시15분
<인간의 조건>은 좋은 프로그램이다. 생활에서 넘치는 무언가를 빼는 것으로 인생의 의미를 더하고자 하는 기획 의도가 좋고, 버라이어티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주어진 일상을 성실히 살아가는 개그맨들의 모습도 좋다. 그들은 휴대전화와 컴퓨터 없이 살면서 관계가 회복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었고, 쓰레기를 줄이기 시작하면서는 삶 속에서 낭비되는 겉치레까지 줄여갔다. 이 프로그램이 말하는 ‘인간의 조건’이란, ‘더불어, 느리게’ 살아가는 것이었다.
앞선 두 미션이 삶에 약간의 불편함을 더하는 것으로 함께 살아가는 일상을 되찾는 과정이었다면, 세 번째 미션이었던 ‘차 없이 살기’는 그 목적이 모호했다. 오랜만에 타보는 대중교통을 신기해하는 것은 잠시뿐, 이 미션은 멤버들에게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불편을 초래했다. 연예인의 삶과 충돌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이 운행하지 않는 시간에 스케줄이 끝나는 경우가 많고, 행사 등으로 장거리 이동이 필요한 이들에게 대안이나 명확한 규칙은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 미션은 도리어 ‘차 있는 생활’이 얼마나 편리한 것인지를 확인시켜주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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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나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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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미션인 ‘돈 없이 살기’가 시작됐다. 차에 기름을 넣을 돈도, 밥을 사 먹을 돈도 없다. 일일 아르바이트를 하려다 “내가 오히려 피해가 될 것 같아” 포기하는 박성호의 모습에서 현재 이들이 처한 딜레마를 볼 수 있다. 대중에게 알려진 연예인들이 당장 사용할 현금을 벌 다른 경로는 많지 않았다. 미션이 생활 태도를 조금씩 바꿔가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생활에 제약이 된다면, <인간의 조건>이 지켜왔던 그들의 소소한 일상은 깨져버릴 수밖에 없다. 이대로라면 평소 하지 않던 일을 하며 타인의 직업을 경험해보는 ‘체험 아르바이트 현장’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만약 돈을 버는 일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이 미션의 목적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어불성설이다. 그들은 이미 성실히 일하며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직업인으로 살고, 또 돈을 벌고 있지 않은가.
윤이나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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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합니다: 본격 <인간의 조건> 정치판, 국회의원들에게 차와 법인카드, 보좌관 없이 일주일 살기 체험을 추천합니다. 선거 기간에만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버스 요금이 얼마인지 달달 외우지 말고, 출퇴근 시간 지옥철 타고 여의도로 가 봅시다. 지방 지역구의 경우, 기차나 시외버스 타고 서울 올라오는 체험도 반드시 포함합니다. 서민들의 생활을 몸으로 느껴야 하는 건 연예인들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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