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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8.27 19:17 수정 : 2014.08.28 10:50

사진 박미향 기자

[매거진 esc] 백수의 청춘식탁

혼자 살게 된 지도 어느덧 일 년이 되었고, 혼자 밥을 먹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되었다. 해 먹건, 사 먹건, 시켜 먹건, 어떻게든 끼니는 잘 때우고 살게 되었다. 처음보다는 해 먹는 빈도가 오히려 많이 줄었다. 돈이 좀 없거나, 사 먹는 음식이 지겨울 때는 조금씩 해 먹기도 하지만, 1인분에 맞춰 적당량의 재료를 구입하는 일도 어렵고,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는 것도 번거롭기 때문에 주로 배달주문 해 먹는 일이 많다.

옆 건물에 배달 밥집이 있는 건 행운이다. 바로 옆이니까 주문도 간편하고, 저렴한 메뉴 하나를 주문해도 눈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옆 건물, 김치볶음밥이요” 식으로 간단하게 주문을 하면 15분이 지나기 전에 밥이 배달된다. 그러나 배달 밥집의 아쉬운 점은, 그 다양한 메뉴들의 맛이 모두 일관적이라는 것이다. 같은 조미료를 쓰는지, 같은 육수를 쓰는지 김치찌개, 부대찌개, 꽁치찌개, 순두부찌개의 맛이 다 거기서 거기다. 가끔은 진짜 맛있는 걸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면 외식을 해야 한다.

나는 솔로뮤지션. 그러니까 솔로이고, 뮤지션이라는 얘기다. 남들과 반대로 평일 낮이 한가하고 저녁과 주말에 바쁜 생활패턴에, 여자친구마저 없으니 즉흥적으로 밥 같이 먹을 사람을 구하는 일이 녹록지 않아서 외식도 주로 혼자서 해야 한다. 혼자 하는 외식은 메뉴에 따라 난이도가 다르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혼자 먹어도 상관없는 메뉴가 있고 혼자 먹기 어려운 메뉴가 있는 것이다.

가장 낮은 난이도는 분식집이나 국밥집. 혼자 오는 사람도 많고, 금방 후루룩 먹을 수 있으니까. 패스트푸드도 어렵지 않고, 일본 라면이나 짜장면도 혼자 먹기에 무리가 없다. 그런데 나는 왜 그렇게 쌀국수(사진)를 먹으러 가기가 겁이 났을까. 베트남 쌀국수 집은 주로 데이트를 했던 기억들만 있어서 혼자 가는 것이 망설여졌으나, 술을 많이 마신 날은 어쩔 수 없다. 속이 쓰린 어느 날 쑥스러움을 쉽게 누른 숙취 덕분에 나는 또 혼자 하는 외식의 반경을 넓히게 되었다.

혼자 맥줏집에서 노가리를 먹는 것도 가능해졌다. 까짓것, 휴대전화나 만지작거리면서 시원하게 몇 잔 들이켜고 오면 되는 것이니. 혼자 먹는 삼겹살은 더 수월하다. 고기를 구워야 하니 손이 놀지 않아 덜 적적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경지들이 많이 남아 있다. 파스타와 샤브샤브, 월남쌈이 먹고 싶을 때는 그저 참는 수밖에 없다. 파스타는 혼자 먹는 것뿐만 아니라 남자끼리 먹기도 어색하다. 예전에 이태원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갔을 때다. 아저씨 셋이 똑같이 카르보나라를 하나씩 주문하는 광경이 매우 낯설어 보였다. 샤브샤브와 월남쌈은 아예 1인분을 팔지 않으니, 그런 음식들이 당길 때는 연애나 장가를 가고 싶어지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텔레비전에서 일본의 한 식당을 본 적이 있다. 독서실처럼 칸막이가 쳐져 있고, 저마다 어떤 메뉴건 편안하게 혼자서 먹을 수 있는 식당. 우리나라도 독신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으니 다양한 맛의 1인 전용 음식점이 많이 생겨도 좋을 것 같다. 독서실 같은 칸막이식 식당이 생겼다는 소식을 최근에 들었다. 조만간 혼자 사는 친구들에게도 널리 알리고 한번 먹으러 가봐야겠다.

강백수 인디뮤지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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