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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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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시계태엽 패션
3월의 대학가에서는 학교를 상징하는 재킷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껏 들뜬 신입생들의 수는 재킷을 입은 학생의 수와 비례할 것이다. 특히 지하철 2호선 부근에는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서울대 등 각종 대학이 분포한 까닭인지 첫차 시간부터 밤새워 놀고 귀가하는 학생들이 어느 때보다 많이 보인다. 나도 물론 학교에 입학했을 때 사진의 재킷을 ‘주구장창’ 입고 다녔다. 학교 재킷은 중·고등학교 때의 교복처럼 단체의 소속을 나타낼 수 있는 유일한 옷이었다. 옷에 드러나는 객관적인 정보를 통해 남들이 어느 정도 나를 예측 가능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그렇게 봐주었으면 했던 것 같다. 그때의 나는 지금 막 새로운 세계에 들어왔고,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을 권리가 있고, 실수해도 젊다는 이유로 용서되는 줄 알았다. 지금은 절대로 불가능한 것들이 학교 재킷을 입음으로써 무장해제되곤 했다. 이 재킷은 흔히 패션에서 ‘바시티 재킷’(varsity jacket), ‘스타디움 재킷’(stadium jacket), ‘야구점퍼’(baseball jumper)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디자인의 기원은 아이비리그 학생들의 패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도 학교에 대한 소속감을 나타내기 위해 학교의 상징, 마스코트, 졸업연도 등이 쓰인 재킷을 입었다. 지금 한국의 재킷도 아이비리그 스타일에서 조금 변주된 것이다. 디자인의 기본적인 요소는 모직 소재의 몸통, 가죽 소재 팔, 줄무늬 소매, 왼쪽 가슴의 큼지막한 알파벳 자수, 양팔엔 학교의 로고와 마스코트, 등판에는 학교의 이름과 전공이 적혀 있다. 때때로 분실 방지를 위해 소매 쪽에 개인의 이름을 새기기도 한다. 재킷 제작은 서울의 경우 보통 동대문이나 평화시장의 단체복 업체에 맡긴다. 그런데 다른 옷에 비해 정해진 형식이 있기 때문에 굳이 시장에 가지 않더라도 요새는 인터넷으로도 쉽게 주문할 수 있다. 문구나 색상 같은 변경사항만 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격도 5만원 안팎으로 저렴한 편이다. 디자인이 단순하다는 것에 더해 컴퓨터 자수도 학교 재킷 제작에 한몫한다. 변경되는 것이 글씨밖에 없다 보니, 컴퓨터 자수로 쉽고 빠르게 제작해서 기존의 옷에 부착만 하면 된다. 쉽게 만들 수 있는데다 저렴하고, 소속된 단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니 유니폼으로 학교 재킷만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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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지 디어매거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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