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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8.14 19:39 수정 : 2013.08.15 14:50

남현지 제공

[매거진 esc] 시계태엽 패션

런던의 맞춤 정장의 거리 새빌로에는 역사가 깊은 가게들이 쭉 늘어서 있다. 2006년, 이 전통을 자랑하는 곳에 편집매장 비스토어가 이사를 왔다. 같은 해 영국 패션 어워드에서 ‘올해의 숍’ 상을 받은 직후였다. 비스토어는 2001년 자체 신발 브랜드로 비즈니스를 시작했고 이후 영국의 신인 디자이너들을 발굴, 소개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비스토어라는 이름의 의류 브랜드를 런던 패션위크에 주기적으로 선보일 만큼 유명한 편집매장으로 성장했다.

비스토어가 문을 닫기 한 해 전인 2011년, 운 좋게 사진의 신발을 살 수 있었다. 비스토어의 자체 브랜드 상품인 이 신발은 흰 그물과 로프, 나무 밑창으로 만들어져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게다가 파격적인 할인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나 같은 배낭여행객에게 아주 좋은 기회였다.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는 직원의 말을 들으니 집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신발에 두꺼운 로프를 적용한 것이 당시 좋아하던 벨기에 디자이너 베른하르트 빌헬름의 로프 신발을 연상시키기도 해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비스토어처럼 브랜드화된 편집매장, 즉 자체 상품을 제작 판매하는 동시에 엄선한 브랜드들의 제품을 취급하는 곳은 세계적으로도 많다. 도쿄와 뉴욕 편집매장의 원조 격인 빔스, 오프닝 세리머니 등이 이런 방식을 취한다. 편집매장 이름으로 패션 상품을 제작도 하지만, 유명인이나 다른 브랜드와도 협업을 해 제품군을 의류, 신발, 라이프스타일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화하고 있다.

국내 편집매장도 콘셉트와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브랜드들을 구매하는 동시에 그들과 협업한 ‘한정 제품’을 종종 내놓으며 편집매장의 개성을 녹여내기도 한다. 므스크샵은 블랭코브, 아폴리스와, 맨하탄스는 이베츠필드 플란넬과, 바버샵은 스틸캔버스와, 멜로플래닛은 퀸컨셉샵과 손잡고 5주년을 기념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사실 위의 협업 제품에서 표면적으로는 브랜드의 성향이 더 드러나지만, 그렇다고 꼭 편집매장이 자체의 제품을 생산해야만 하는 걸까? 국내에서 협업 제품이 아닌, 편집매장의 자체 상품 라인이 전무한 데에는 재정 규모, 인프라 부족의 문제라 말하는 사람도 있고 브랜드는 제품을 잘 만들면 되고 편집매장은 좋은 제품을 소개하는 본연의 역할만 잘하면 충분하지 않으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쩌면 단순히 좋은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소개하고 또 많은 사람이 좋아했으면, 그들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같이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커서일 수도 있다.

브랜드를 좋은 취향에 따라 고르고 보여주는 방식으로도 편집매장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편집매장의 자체 상품 유무를 패션에서 주연과 조연이라는 단순한 역할 정의로 치환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편집매장과 패션 브랜드의 경계에서 이들의 위치설정을 어떻게 할지 사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편집매장은 외국 사례 연구가 무색할 만큼 독자적인 길을 개척하고 있고 또 이것이 그들의 존재 의의이자 본질적인 매력이 되기 때문이다.

남현지 디어매거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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