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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0.23 20:02 수정 : 2013.12.19 17:01

남현지 제공

[매거진 esc] 시계 태엽 패션
버킷 해트

스냅백(야구모자 형태의 챙이 넓은 모자) 뒤 유행의 정점에 서 있는 모자는 바로 ‘버킷 해트’가 아닐까 한다. 그 모양이 양동이(버킷)를 엎어 놓은 것 같아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사실 이 모자는 우리에게 참 익숙하다.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벙거지’와 이름만 다르지 그 패턴이나 생김새는 같기 때문이다. 그때엔 단정한 느낌으로 니트 조끼, 데님 셔츠 혹은 체크 셔츠에 글로벌 브랜드 폴로나 버버리의 벙거지를 매치하는 것이 유행하는 착장이었다. 이후 2000년대 중반엔 브랜드 캉골의 테리(타월과 같은 직물) 소재로 된 버킷 해트가 스트리트 패션에서 유행했고, 지금은 1990년대의 부활, 아메리칸 캐주얼의 유행과 맞물려 이전과는 또 다른 디자인이 인기를 끌고 있다. 외국에선 스트리트 패션의 대부 격인 스투시나 슈프림, 아메리칸 캐주얼의 대표주자 엔지니어드 가먼츠가 하와이언(꽃무늬), 카모플라주, 도트, 스트라이프 등 여러 시즌 동안 다양한 무늬의 제품을 선보이며 유행에 일조했고, 국내에서도 라이풀, 몬키즈, 디스이즈네버댓, 더블유.에이.시, 커버낫에서도 각 브랜드의 개성을 보여주는 버킷 해트를 내놓았다.

내가 몇 해 전 산 모자는 이런 최근의 유행에 많이 비껴간 느낌이다. 그도 그런 것이 브랜드가 무려 아날도 바시니이기 때문이다. 홍대의 한 빈티지 숍에서 샀는데, 젊은 층에게 뜨는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모자의 모양 자체로 엠티 같은 야외 활동 때 나름 어울리는 패션 아이템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야쿠르트 아줌마의 유니폼과 비슷하다는 말에 충격을 받아 몇 번 쓰지도 못하고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다.

원래 버킷 해트는 아일랜드의 농부와 어부들이 야외 활동, 즉 사냥이나 낚시 등을 할 때 햇빛이나 비로부터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원단은 방수가 되는 폴리에스테르 재질 혹은 두꺼운 면이나 데님 등으로 만들어진다. 모두 휴대가 가능하도록 쉽게 구기고 접을 수 있는 부드러운 재질이다. 챙에 스티치(봉제)가 원형으로 많이 둘러져 있는 건 부드러운 원단을 더욱 힘이 있게 하기 위해서다. 간혹 지그재그로 스티치를 한번 더 박아 더욱 견고하게 하기도 한다. 패턴에서도 재미있는 점이 있다. 중간 부분, 즉 기둥처럼 모자를 서 있게 지탱하는 부분에 한 개 혹은 두 개의 절개선이 세로로 나 있다. 이는 머리의 앞과 뒤의 굴곡이 다르기 때문에, 그리고 양동이처럼 위로 갈수록 폭이 좁아지는 기둥을 만들려면 밑 둘레와 위 둘레가 달라지는 까닭에 각 패턴의 길이와 모양을 다르게 해야 해서 절개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 기둥 부분의 패턴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아예 다른 모양의 버킷 해트가 나오기도 하는데, 패턴이 6쪽으로 잘게 쪼개어지면 더욱 머리 모양에 맞는 둥근 모양이 된다. 양동이 모양 모자보다 사파리 모자에 더 가깝지만 이마저도 버킷 해트라는 큰 범주에 들어간다.

이렇게 역사도 길고 다양한 디자인의 버킷 해트의 인기도 패션의 유행 주기가 으레 그렇듯이 점차 사그라지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가까운 미래 혹은 먼 미래에 버킷 해트는 또다시 언제고 다시 유행의 축으로 들어올 것이다. 그때는 과연 어떤 계기로, 어떤 브랜드에서 이전과는 다른 스타일의 버킷 해트를 내놓을지 궁금해진다.

남현지 디어매거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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