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11 18:01
수정 : 2006.06.1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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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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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발
지난 5·31 지방선거의 정당별 득표율을 내년 대통령 선거에 적용한다면 한나라당의 집권은 시간문제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선거 뒤 벌인 각종 여론 조사에서도 한나라당의 지지율 50%에 육박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누구도 자신 있게 차기 대권의 향방을 말하기 어렵다. 지방선거 결과가 여야의 정당별 명암을 분명하게 갈라 놓았지만 차기 대권의 향방은 여전히 짙은 안개에 싸여 있기 때문이다. 여야에 내재된 갈등과 분열 요인들은 대선 국면에서의 정치권 재편 가능성을 예고하는지도 모른다. 유력주자들의 지지율도 20%대로 대선 고지의 ‘문턱’으로 불리는 35% 수준에는 못미친다.
한나라당의 아킬레스건은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의 대립구도다. 두 사람은 출신지역도 영남이고 주요 지지 기반도 보수층인데다 지지도에서도 엇비슷하다. 내년 6월 말까지 끝내도록 돼 있는 대통령 후보 경선을 현재의 경선방식대로 하면 지방선거 후 인기가 치솟은 박 대표가 유리하다.
차기 대권을 꿈꾸는 이 시장은 경선에서 이길 전망이 없으면 경선 참여를 포기하고 독자 출마의 길을 걸을지도 모른다. 개정된 선거법은 특정 정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한 인사의 독자출마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이 박 대표와 결별해 독자 출마를 선택할 경우 대선구도 전반에는 격랑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분열이 여권의 정치권 재편 구상과 맞물리고 출마를 준비 중인 손학규 경기지사도 이에 가세할 경우 대권 구도는 큰 소용돌이로 빠져들 것이다. 반면에 박 대표와 이 시장이 극적으로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다면 한나라당은 대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
한나라당의 지지 기반이 차기 대선 승리를 자신할 정도로 강고한 것은 아니다.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얻은 득표율(광역의원 비례대표)은 53.8%로 2002년 지방선거 때의 52.1%에 비해 불과 1.7%포인트 는 데 불과하다.
대선은 결국 51%대 49%의 싸움으로 압축된다. 2%를 둘러싼 각축전인 것이다. 대선이 항상 예측불허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2002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인천시장 등 수도권을 휩쓰는 압승을 거두었음에도 6개월 뒤 벌인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했다.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집권세력의 국정운영 성과를 평가한다. 5·31 지방선거는 노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였던 셈이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대통령 선거에서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기준으로 투표한다.
대선 국면에서 정당의 사활은 당선 가능성이 있는 대선주자를 확보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열린우리당은 이 점에서 위기에 몰렸다. 지지층도 무너지고 유력한 주자도 부재한 상태다. 정권 재창출은 말할 것도 없고 당의 존립도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대안으로서 당선 가능성 있는 대선 후보를 영입해 그를 중심으로 당을 재편하든지 아니면 당을 해체하고 외부 세력과 손잡고 신당을 창당하는 방안 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어느 경우든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 재정립이라는 핵심적 과제와 부닥치게 된다. 열린우리당의 잠재적 대선주자들은 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이미지 쇄신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열린우리당과 노 대통령이 정면충돌을 할 수도 있다. 열린우리당이 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고 유력한 대선후보를 구심점으로 전열을 재정비할 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장정수 논설위원
jsj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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