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6.25 19:56 수정 : 2006.06.25 20:37

장정수 논설위원

아침햇발

북한의 대포동2(백두산2) 미사일 시험발사 움직임을 계기로 북한의 미사일 문제가 국제적 관심사로 등장했다. 북한이 미사일 카드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시선을 끌고자 했다면 이 전략은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수뇌부는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할 경우 의도와는 정반대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미사일 카드를 통해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오판은 미국의 정치역학과 문화에 대한 인식의 부족에서 나왔을지도 모른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은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거부하는 딕 체니 부통령을 비롯한 강경파들의 입지를 강화시켜 주고 있다. 지지도 하락으로 고심하는 부시 대통령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북한의 미사일 카드는 미국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함으로써 미국 내 여론을 부시 대통령 중심으로 재결집시킬 수 있는 호재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른바 호전적 네오콘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의 유권자들은 전통적으로 ‘전시 대통령’에게 강력한 지지를 보내는 경향이 있다. 9·11 테러가 일어나고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개시한 뒤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는 급상승했다. 부시 대통령이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것은 바로 이라크전쟁 때문이었다. 이라크 전쟁을 망설이던 부시 대통령에게 전쟁 개시를 강력히 건의한 것은 정치의 천재로 불리는 칼 로브 당시 대통령 고문이었다. 칼 로브가 최근 중앙정보국(CIA) 요원 신분 유출 스캔들에 대한 면죄부를 받은 뒤 공화당의 중간선거 전략에 간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또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가 군사적 위협에 대한 양보에 생리적으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서구사회에서 ‘어피즈먼트’(appeasement, 유화책)는 나약함, 비겁함을 연상시키는 부정적 뉘앙스를 띠고 있다. 이는 2차 세계대전의 역사적 경험에서 비롯된다. 1933년 집권한 히틀러가 베르사유 조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군국주의화의 길을 걸었을 때 영국과 프랑스 등은 묵인했다. 히틀러가 체코슬로바키아의 요지인 수데텐 지방 할양을 요구하자 영국의 체임벌린 총리 등 유럽의 지도자들은 독일의 뮌헨에서 히틀러와 정상회담을 열고 뮌헨협정을 체결해 히틀러의 요구를 수용했다. 체임벌린 총리 등은 뮌헨협정으로 유럽의 평화가 실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히틀러는 1년 뒤 체코슬로바키아를 독일에 강제 합병시켰으며 폴란드를 침공했다. 뮌헨협정은 군사적 위협에 대한 유화책이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는 사례로 꼽힌다.

미국-이란 직접대화 방침에 고무돼 북한이 미사일 카드를 꺼냈다면 이 역시 아마추어적 발상이다. 미국이 이란과 직접 협상을 결정한 것은 유럽연합의 강력한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북-미 간에는 이미 6자회담의 틀이 마련돼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란 관계와는 다르다. 6자회담은 지난해 9·19 베이징 합의를 이끌어 내는 등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6자회담의 조정역을 맡고 있는 중국이 자신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북-미 양자대화를 달가워할 리가 없다.

미사일 발사를 둘러싼 복잡한 국제정치의 함수관계를 고려할 때 북한은 6자회담에 복귀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와 함께 금융제재 및 미사일 문제 등 주요 현안들을 논의하면서 미국과 양자 협상을 모색하는 유연한 자세를 갖는 게 현명하다.

장정수 논설위원 jsjang@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아침햇발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