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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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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발
미국 주도 아래 한국·일본·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칠레·페루 등 여덟 나라가 참가하는 대규모 합동군사훈련 ‘환태평양-2006’(림팩)이 지난 26일 하와이에서 시작됐다. 태평양을 둘러싸고 있는 이른바 ‘해양국’들을 아우른 셈이다. 이와 대조적인 또다른 대규모 다국간 합동군사훈련이 준비되고 있다. 내년 러시아에서 열릴 예정인 상하이협력기구(SCO)의 합동군사훈련이 그것이다. 중·러가 주동해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네 나라를 묶은 이 기구에는 파키스탄·이란·몽골·인도 등도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하고 있다. 이른바 ‘대륙세력’이 망라됐음을 알 수 있다. 미·영을 맹주로 한 해양세력과 중·러를 중심으로 한 대륙세력의 ‘근육 과시’는 우려를 자아낸다. 한국이 림팩에 참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북한은 (가입 여부는 별개이지만) 상하이협력기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우리 민족이 또다시 대륙·해양세력 충돌의 최전방에 선 형국이기 때문이다. 림팩에 앞서 미국은 16~20일 괌에서 벌인 ‘용감한 방패’ 훈련에 중국의 참관을 허용했다. 미국이 대규모 군사훈련에 중국의 참관을 허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미국의 이번 조처가 자국의 군사력을 중국에 과시하면서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상하이협력기구의 합동군사훈련 등에 미국의 참관을 요구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피터 로드먼 미국 국방부 국제안보정책 차관보는 22일 하원 청문회에서 “만약 중국이 (군사훈련 참관에) 상응하는 개방조처를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개방성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개방성과 투명도를 높이지 않으면 미국도 더욱 불투명하게 대할 것이라는 경고다. 미국과 중국 사이 군사 투명도에 대한 논쟁은 해묵은 것이다. 미국은 1997년 이래 중국과 모두 여덟차례 군사협상을 벌였다. 이 때마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 투명도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해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한 중국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군사평론가인 핑커푸 <칸와군사평론> 편집장은 <아주주간> 최근호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 전략학자들은 군사 투명도를 ‘연투명’과 ‘경투명’으로 나눈다고 소개한다. 연투명이란 국가의 전략적 사고와 정책 방면의 투명도를 뜻하며, 경투명이란 주로 국방 장비와 기술의 투명도를 가리킨다. 미국이 비판하는 건 주로 국방비 등 경투명 분야다. 이에 중국 학자들은 군사력이 약한 나라일수록 안보를 위해 경투명도가 낮은 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연투명은 국가의 정책과 전략이기 때문에 투명도가 낮을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이 연투명 방면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확고하게 ‘평화 발전’을 내세우고 있는 반면, 미국은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일방적인 전쟁을 자주 벌여 왔다는 것이다. 가깝게는 이라크 전쟁이 좋은 사례다. 미국은 매우 불투명한 자료와 근거를 가지고 이라크인들에게 악몽을 안겼다. 중국이 군사 투명도를 높여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에 일리가 있지만, 국가 전략과 정책 쪽에서 미국이 투명도를 높여야 한다는 중국의 주장도 경청해야 한다고 본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계획과 관련한 몇몇 추측 보도가 나온 뒤 미국 안에서 다시 무책임한 선제공격 주장이 나오는 걸 보면서 이런 우려는 더욱 강해진다. 미국은 한반도에서도 이라크 경우처럼 매우 빈약한 근거를 바탕으로 불투명하고 위험한 ‘정책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이상수/베이징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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