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29 21:27
수정 : 2006.06.2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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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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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발
은행권 주택 담보대출 경쟁에 금융감독 당국이 제동을 건 것을 두고 말이 많다. 집값을 부추기는데다 대출 부실화 우려가 있어 이뤄진 조처라는데, 언론의 비판이 거세다. 비판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서민 돈줄만 조이고 있다는 지적이고, 둘째는 이를 빌미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려 고객 부담이 가중됐다는 비판이다. ‘이자 폭탄’이란 자극적 표현도 나온다. 셋째는 구시대적 관치금융이라는 매질이다.
사려깊은 비판으로 들리지 않는다. 집 살 계획에 차질이 생긴 이들이 있긴 할테지만 그 중 얼마가 진정 서민인지 의문스럽다. 모기지론은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대안이 없지도 않다. 모기지론은 소득으로 본 원리금 상환 능력을 감안해 대출하기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려는 사람에겐 성이 차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집값 전망이 불투명한 시기에 지나친 대출로 집을 사려 하면 도리어 말리는 게 옳다. 이자 폭탄이란 지적도 지나치다. 대출금리 인상은 주로 두 가지 요인 탓이다. 전반적 금리 상승세를 반영한데다 은행들이 대출 경쟁을 벌이며 그동안 깎아줬던 금리를 환원한 게 동시에 영향을 끼쳤다. 과당 경쟁이 사라지면 당연히 정상으로 돌아가는 법이다.
관치금융 논란은 좀 복잡하다. 시장은 완전하지 못하다. 은행들이 경쟁하게 내버려 두는 게 정상이지만 도가 지나쳐 건전성과 경제 안정이 영향받을 정도면 이를 제어하라고 감독당국이 있는 거다. 카드업체의 출혈 경쟁을 방치했다가 ‘카드사태’를 맞아 혹독한 후유증을 겪었던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다만 규제 수준이나 시기가 적절하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사견으론, 비판하려면 오히려 진작 해야 했는데 집값이 치솟은 뒤에야 나선 ‘뒷북 감독’이라고 질타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넘치게 풀린 자금을 빨아들이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이후 네 차례 콜금리를 올렸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 데는 ‘레드 오션’을 항해하는 듯한 은행권 대출 경쟁 탓도 크다. 총통화(M2) 증가율은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7% 안팎에서 요지부동이다. 금리로 해결하려면 결국 처방 강도를 높여 콜금리를 더 올리는 수밖에 없다. 경제에 끼칠 영향이 부담스럽다는 건 불문가지다. 금융감독 당국의 규제는 이런 시나리오로 가지 않고자 택할 수밖에 없는 궁여지책으로 보는 게, 옳은 관전법이라고 본다. 갑자기 규제에 나서 예측 가능성을 주지 못한 점이나, 정상적으로 나갈 수 있는 대출마저 창구에서 거절되는 일이 벌어지는 혼선이 있었던 점 등에서는 감독당국이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이는 미시적 정책으로 보완할 일이다.
언론은 종종 판에 박힌 비판 잣대를 들이댄다. 정책을 탓할 때 서민 피해는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기도 한다. 금융긴축이 이뤄지면 곧바로 서민 부담이 가중된다고 하거나, 정부나 감독당국이 시장에 관여하는 건 무조건 나쁘다는 식의 ‘관치 혐오증’ 등이 그런 사례인데, 이번 경우도 그 연장선이 아니었나 싶다.
반대로 감독당국이 가만히 있으면 어떨까? 집값이 오르건 말건 내려진 금리는 묶어둬야 하고, 주택 담보대출은 은행 자율에 맡기는 게 과연 옳은 선택일까? 그게 서울에 사는 가구의 절반 이상, 전국으로 봐도 자녀를 둔 노동자 가구의 절반 가까이가 여전히 내집 없이 살고 있는 현실에서 정녕 서민을 위한 길일까? 집값 잡는 건 서민에게 절실한 정책이다. 언론 비판은 여론이란 포장을 쓰고 나오지만 늘 옳은 건 아니다. 필자 또한 반론에 부닥칠 수 있을 게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김병수 논설위원
byung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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