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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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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발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같은 행정고시 6회 출신이다. 두 사람 다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냈다. 이 전 부총리가 세간의 각광을 더 받았지만, 강 의장 스스로는 그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 전 부총리는 낙마한 반면, 강 의장은 또다른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5·31 지방선거 뒤 강 의장의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 언론은 그의 입을 주목하고,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그의 주문은 재정·통화정책은 물론 세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이다. 그런데 방향을 두고 논란이 적지 않다. 지난 5일 정부 쪽과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논의하면서, 그는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건설 관련 규제를 빨리 풀며, 출자총액제한도 연내 폐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정부 정책 방향과 달리 인위적 경기 부양에 나서라는 주문이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린 것을 비판하는가 하면, 근로소득세를 내릴 것도 요구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에 대한 국회 청문회에서 편 주장은 더 공격적이다. “지난해에 4% 성장했다면 내년엔 6% 성장해도 문제될 게 없다. 거시경제정책 자체가 인위적인 것인데, 그걸 않겠다고 하니까 국민들이 이상하게 생각한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분배니 뭐니 거대담론은 헛소리”라고까지 했다. 성장과 분배를 함께 이루자는 참여정부의 동반성장론과도 정면 충돌한 셈이다. 권 부총리가 인위적 경기부양은 않겠다고 못박긴 했으나, 이걸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사실 경제정책에서 어디까지가 인위적 경기부양책이고, 거시경제 관리책인지 경계는 모호하다. 보이지 않게 강 의장의 영향력이 먹혀들 소지는 없지 않다. 게다가 권 부총리는 물론,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도 오랜 기간 강 의장 밑에서 일했던 이들이다. 강 의장의 소신일까, 지방선거 참패를 계기로 나온 정치논리의 산물일까? 지난해 7월 고위당정회의 당시 정책위 부의장이던 그는 “금리문제를 정치권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경제를 살리는 데 금리 등으로 접근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랬던 그가 금리정책도 건드리고 나선 걸 보면, 소신 때문만도 아닌 듯하다. 강 의장의 행보는 가뜩이나 ‘잡탕’인 여당의 정체성을 더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한 경제신문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의 주장을 대비한 표의 일부를 살펴보자. 경기부양: ①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성장률 달성 ②반대조세정책: ①증세 대신 재정지출 구조조정 ②소득세·법인세 인하 저출산 고령화 대책: ①대기업투자 활성화 통한 일자리 창출 ②사회안전망 확충 ①이 강 의장인데, 그가 오히려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다. 부동산 정책에선 강 의장도 종합부동산세는 건드리지 않겠다고 정리했지만, 지방선거 직후에는 부동산 세제 재검토를 촉구해 부동산 정책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한테서 재산세 인하라는 양보도 받아냈다. 강 의장에 대한 열린우리당 안 평가는 엇갈린다. 관료 출신과 중도우파 성향의 의원들은 박수를 보낸다. 반면에 재야 출신을 비롯해 적지 않은 의원들은 그가 관료적 시각을 대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당내 라인을 통한 정상적 정책 생산과 정책 기조를 흔들어놓고 있다고 비판한다. 자칫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온 정책 전반의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책위의장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열린우리당의 갈 길이 어디에 있는지 진지한 고민과 토론이 필요할 듯하다. 김병수 논설위원 byung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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