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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15 21:28 수정 : 2006.08.15 21:28

권태선 논설위원 겸 순회특파원

아침햇발

어제 우리는 광복 61돌을 맞았다. 그 61년 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성취했다. 아프리카 수단보다도 가난했던 빈곤국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쓰레기통 속에서 장미를 피우는 것보다 더 어려우리라던 민주화도 이뤄냈다. 한류 신드롬을 낳을 정도로 문화 부문의 성장 역시 눈부시다.

그러나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의 지난 6일 조사 결과를 보면,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의 이미지는 아직도 압도적으로 분단국가였다. 분단 극복의 실패가 지난 세월 이룬 값진 성과를 빛바래게 한 것이다. 그렇다면 분단국이라는 현실을 우리의 저력을 극대화할 힘으로 변환시킬 수는 없는 것인가?

최근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심포지엄에서 제기된 ‘평화국가’ 구상은 그와 관련해 주목할 만하다. 참여연대는 “시민이 주체가 돼 평화적 방법으로 평화를 추구하는 새로운 정치 공동체”를 평화국가로 정의하고 이를 우리나라의 정체성으로 만들어갈 것을 제안했다. 참여연대는 이 제안이 ‘이상적이거나 추상적인 정언명령으로 이해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평화정착의 길이 전혀 보이지 않는 듯한 주변 현실”이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기에 함께 고민해 볼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눈부신 발전에 드리운 분단 그림자

실제로 2006년 현재 우리의 주변 환경은 엄혹하기만 하다. 북한과 미국의 대립으로 한반도의 전쟁위기가 계속되고, 미·일은 중국과의 대결구도를 상정한 신냉전 질서를 구축해가고 있다. 그 결과 공포의 균형이나 절대적 억지력의 확보를 안보정책의 근간으로 삼는 냉전 패러다임이 여전히 이 지역을 지배하고 있다.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잡아서라도” 한국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막아야 한다는 국내 보수세력의 주장 역시 이런 냉전 패러다임의 산물이다.

그러나 국방부 군비통제관을 역임한 한 예비역 장성은 “미국 같은 유일 초강대국도 물리력을 늘리거나 동맹관계에 의존하는 절대적 안보만으로 안보를 달성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9·11 테러 이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물리적 억지력을 증강해 왔지만, 최근 영국에서 포착된 대규모 비행기 테러 계획처럼 미국민은 오히려 더 많은 테러 위협에 노출돼 있다. 조금 완화됐다고는 하나, 어린아이의 우유병조차 위험물로 간주돼 비행기에 들고 탈 수 없는 상황이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만들어낸 ‘더 안전한 사회’의 실상이다.

이렇듯 상대의 절멸을 통한 안보의 달성이 불가능하다면, 주변과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며 국가에 가해지는 다양한 위험을 줄여나가는 게 필요하고, 이것이 곧 군비통제와 인간안보를 포함하는 포괄적 안보전략이라고 이 예비역 장성은 설명한다. 평화국가론 역시 이런 주장에 맥이 닿아 있다. 평화국가의 첫 단계로 상정하는 ‘평화지향적 안보국가’의 목표는 남북 교류협력의 제도화와 군비통제 및 군축이다. 이 바탕 위에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6자 회담의 틀을 동북아 다자안보협력 틀로 변환시키는 것이 평화국가 구상의 중기적인 목표다.

동북아 넘어 세계평화 주도국으로


그럼에도 우리나라가 안보국가의 틀을 벗고 평화국가로 나아가면 북한은 물론 동북아 다른 나라들의 정체성 변화도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는 주장은 얼핏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주변국들의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를, 그것도 광복절에, 참배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태도에서 확인되듯이 도덕적 설복의 효과는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동북아에서 한반도는 중심이 아니라 아직도 주변이다.

그러나 외연을 동북아를 넘어 동아시아 전체로 넓혀보면 도덕적 힘의 우위를 추구하는 중급 국가를 지지할 우호세력은 폭넓게 존재한다. 몽골이 동몽골 개발계획에 한국의 참여를 요청한 것이나 아세안+3나 아펙 등에서 한국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한국 같은 중급 국가가 패권을 휘두를 위험이 있는 강대국과는 다른 소임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광복 이후 다시 새로운 갑년을 시작하는 오늘 우리는 또한번 새 나라를 세우는 심정으로 우리 겨레가 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성찰을 시작해야 한다. 60년 이상 지속돼 온 분단국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한국 사회의 역동적인 변화를 이끌어 온 시민사회가 주체가 돼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 모두 지혜와 힘을 모을 때다.

권태선 논설위원 겸 순회특파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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