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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03 21:11 수정 : 2006.09.03 21:11

김병수 논설위원

아침햇발

청와대가 서울 강남 3구와 분당새도시 등 7곳을 지목하며 아파트값 거품이 있는 지역이라고 진단해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버블세븐’론인데,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값을 떨어뜨리겠다는 의지 표현으로도 받아들여졌다. 거품을 잡겠다면 염두에 둔 목표치는 어느 선일까? 정부 당국자들의 말에서 가닥이 읽힌다. 한 예로,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는 “집값은 (2003년) 10·29 부동산대책 당시나 작년 연말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내년 하반기 정도 가면 집값이 10·29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 이상의 집값은 거품이라는 시각과, 거품을 걷어내겠다는 정책 의지가 말 속에 깔려있다. 거품이 있다고 판단하면 걷어내는 게, 주거와 경제 안정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분당새도시 아파트 값을 한번 보자. 국민은행이 집계한 시세로 10억500만원인 48평형 한 아파트의 10·29 직전 값은 6억원, 2004년 하반기엔 5억6천만원이었다. 현재 9억2천만원인 43평형은 각각 5억2500만원과 5억500만원이었다. 정부 당국자들 말이 빈말이 아니라면, 분당 아파트 값에는 줄잡아 40% 정도 거품이 끼어 있다는 얘기가 된다.

정부가 사실상 사업주체로 공영개발하는 판교새도시 2차 분양이 시작됐다. 중대형 아파트가 중심이다. 집값 거품을 걷어내겠다면 마땅히 분양값 정책에도 반영돼야 할텐데, 그런 정책 의지는 찾아볼 수 없다. 공영개발하겠다는 데는, 분양값과 집값이 악순환하며 집값 폭등을 초래한 고리를 끊겠다는 뜻도 담겨 있으리라. 그러나 소비자 처지에서 보면, 폭리를 취해온 민간 건설업체가 분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44평형 실제 분양값은 8억2천만원 수준이다. 평당 1800만원이 넘는다. 건교부는 분당의 같은 평형 평균값의 90% 수준으로 정했다고 하는데, 입주 시기가 3년쯤 뒤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세나 마찬가지다. 6억원 안팎인 원래 공급가에 채권입찰제를 통해 2억2천만~2억3천만원 덧붙였다.

물론 채권입찰제로 거둔 돈이 허투루 쓰이지는 않는다. 임대주택 건설이나 서민 주택자금 대출 재원 등으로 사용된다. 중대형 아파트 입주자에게까지 분양원가로 공급해 큰 시세 차익을 누리게 할 필요는 없으니, 그 돈을 거둬 서민을 위해 쓰겠다는 건 일리 있다. 정책 당국자의 머리는 여기까지다. 높은 분양값이 아파트 시장에 끼칠 악영향과, 터무니 없이 높아진 분양값을 끌어 내려야한다는 데까진 머리가 미치지 못한 모습이다. 거품이 있다고 떠들어 놓고 ‘거품’ 가격에 아파트를 판다면, 이율배반일 뿐더러 오히려 거품을 시세로 공인한 격 아닌가. 분양값과 시세 사이의 악순환의 고리 한개를 더 보탠 꼴이다.

생각이 모자라는 부분은 또 있다. 추 장관 전망대로 내년 하반기께 아파트 값이 10·29 수준으로 돌아간다 치자. 그러면 판교 중대형 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람은 정부한테 바가지를 쓴 ‘봉’인가? 거품론이 허풍이거나, 분양값이 과도하거나, 둘 중 하나임을 자인한 셈이다.

중대형 아파트까지 원가로 공급할 건 없다 해도, 공영개발 취지를 살리면서 시세 차익도 얼마간 환수하는 정책조합이 있어야 했다. 분양값 거품 제거를 이끌기는 커녕 되레 분양값 인상을 부추기는 꼴이 돼선 곤란하다. 판교 중대형 아파트 분양값이 높게 책정되자 분양준비 중이던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분양값을 올리려 한다. 분양값을 낮추라고 말할 명분도 없게 됐다. 정책 당국자들이 이런 상황까지 머리에 담고 있었을지….

김병수 논설위원 byung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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