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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25 18:54 수정 : 2006.10.25 18:54

아침햇발

중국 푸젠성 푸칭시 훙관공업촌은 ‘작은 대만’이라고 불린다. 이 공단에 입주한 기업 70곳 가운데 90%가 대만에서 투자한 기업이다. 대만 기업들이 처음 진출한 1989년 당시 이 마을의 1인당 국내총생산액(GDP)은 100위안에 불과했다. 16년 후인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액은 100배 이상 늘어 1만위안이 넘었다.

대만 진먼도와 마주 보는 샤먼시는 개혁개방이 시작된 1978년 이래 연평균 18%씩 성장했다. 중국에서 최고 수준의 삶의 질을 자랑하는 샤먼시 성장의 견인차 역시 대만을 비롯한 화교 자본이었다. 샤먼과 진먼도 사이에는 하루 20여 차례 직항 배편이 다니고 이를 통해 한해 50만명이 오간다. 대만 학생들은 대륙 학생과 같은 등록금으로 이곳에서 공부한다. 대만과 대륙은 독립문제를 둘러싸고 으르렁대지만, 내실에서는 거의 한나라나 다름 없었다.

“핵 개발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제 발전이다. 경제가 발전하고 잘살게 되면 누구나 전쟁을 싫어하게 된다. 양쪽에 두루 이익이 되고 있는 중국과 대만의 경제 교류가 남북한 경제 교류의 모델이 됐으면 좋겠다.” 지난 19일 한국 논설위원단과 만난 샤먼시 대상(대만상인)투자기업협회 황뤼쉬 부회장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반도를 위시한 동북아시아에 긴장의 파고에 높아진 지난주 중국 베이징과 푸젠성을 방문해 중국 쪽 인사들을 만나면서, 바로 이 순간 남북 지도자를 포함한 우리 겨레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느냐에 대한 답이 점점 더 자명하게 다가왔다.

북한은 절대로 핵에 기대어 연명할 수는 없다. 중국 정부는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내세우며 북한과 미국 사이를 중개하려고 애쓰지만 중국 안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눈길은 점점 싸늘해지고 있었다. 중국 정부 산하 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오래 전부터 학자들은 한국-중국-미국이 힘을 합쳐 쿠데타를 일으켜 김정일(북한 국방위원장)을 중국에 연금시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농담을 하곤 한다”고 웃었다. 물론 중국 정부는 그런 용기도 의지도 없다는 말이 뒤따랐지만, 중국내 지식인들이 북한을 보는 시각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발언이다. 인도적인 대북지원을 일반인들은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중국 언론인들은 다른 시각이 있다 하더라도 언론에는 반영될 수 없다는 말로 일반인들의 비판적 인식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처럼 갈수록 악화되는 주변 상황과 인식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핵이 아니라 인민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개혁과 개방이다. 남한 역시 현재의 낮은 성장을 극복하는 데 북한과 교류 확대가 도움이 된다. 남북 양쪽이 모두 이롭게 될 협력의 끈을 결코 놓아서는 안 된다.

89년 중국과 대만 사이의 교류가 시작된 이래 대만의 중국 투자는 1600억달러를 넘었다. 현재 6만여 대만계 기업이 대륙에 진출해 있다. 2005년 양안 무역고는 800억달러에 이르며, 대만은 50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우능위안 푸젠성 대만관계연구소 소장은 이런 양안 경제관계의 확대가 대만 안에서 독립 목소리를 약화시키는 결정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제발 정치인들이 독립 주장으로 풍파를 일으키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훙관공업촌 입주 대만업체 싱크몰드 직원 린전이의 말은 우 소장의 견해를 뒷받침한다. 우 소장은 “해협 양안의 인민들은 현재의 양안관계 파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의 말을 들으며 우리에게도 더 많은 개성공단이 있었더라면 지금 같은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권태선 논설위원 겸 순회특파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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