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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16 18:07 수정 : 2006.11.16 19:59

김종철/논설위원

아침햇발

정기국회 때문에 잠시 미뤄뒀지만, 여권 주변에서는 지금 정계개편 논의가 한창이다. 통합신당이니 제3지대 정당이니 열린우리당 강화니 하는 여러 묘수들이 거론되고 있다. 계파에 따라 의견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개혁적 정치신인, 고건 전 총리 그룹을 모두 하나로 합하자는 통합신당론 지지자가 다수다.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을 뺀 나머지 정치그룹을 묶어 한나라당에 맞서는 정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 정계개편의 목표는 내년 대선이다. 이대로는 재집권 희망이 없으니 정치구도를 다시 짜면 해볼 만하다는 계산에서다.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는 표가 여전히 절반이 넘는 만큼 범여권이 새로 뭉치면 한나라당 후보가 누가 되든 이길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하고 있다. 정치적 연대를 통해 이긴 1997년과 2002년 대선을 예로 들고 있다.

착각이다. 1년여 기간에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알 수 없지만, 현재의 상황은 지난 두차례 대선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두차례 현 여권이 이겼던 것은 정치꾼들이 위로부터 연대의 판을 잘 짰기 때문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부른 신한국당 정권을 심판하고(1997년), 반성 없이 5년 내내 국정 발목만 잡은 한나라당을 거부(2002년)하는 아래로부터의 민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대중-김종필, 노무현-정몽준이라는 이질적인 집단의 연대를 끌어내고 승인했던 것은 이런 밑바닥 민심이었다.

이에 비해 지금은 많은 국민들이 현 집권세력을 거부하는 양상이다.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10%에 머물고 있고, 민주당은 단자리에 불과하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 결과 범여권 통합신당에 대한 지지률이 23.9%에 불과하다. 민심의 외면이 생각보다 깊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심의 변동이 아닌 정치적인 판짜기만으로 신당의 후보가 이긴다면 오히려 정도가 아니다. 꾀를 써서 정치적 심판을 피하는 것을 뜻한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주장한 ‘떴다방 정치’와 다를바 없다.

정계개편을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정계개편을 추진하기에 앞서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뜻이다. 잘못했으면 국민이 주는 매를 달게 받겠다는, 최선을 다하되 국민의 선택에 맡기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그것이 순리의 정치다. 순리는 기회주의가 아니다. 정치적 명분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길이다. 지지자들이 떳떳하고 국민들이 감동하는 정치다.

같이 살림을 차려 한솥밥을 먹다가 인기가 바닥이라는 이유로 노무현 대통령과 그 직계 그룹을 배제하자는 ‘노무현 배제론’이나 뿌리가 같고 정책 동질성이 있는 민주당과 합하는 것을 ‘도로 민주당’으로 공격하는 ‘지역주의 회귀론’은 비겁하거나 무책임하다. 친노 그룹은 호남의 개혁성을 외면한 채 지역성만 공격하면서 스스로 기반을 허물었던 정치적 무모함과 무능력을 반성하고, 민주당은 알량한 지역 기득권을 위해 구태를 껴안으려고 했던 과거를 사과해야 한다. 자기 고백과 반성을 통한 환골탈태 없이 무조건 합하자는 것은 정략적이며,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치적 색깔과 노선을 분명히해야 하는 것은 두말이 필요 없다. 보수·중도·진보 구도의 정치권 전체 판짜기가 되면 더 좋다. 무지개 빛깔 정당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짧은 헌정사가 여러 번 증명했다.

그런 원칙 위에서 구성될 새 그룹은 현정권의 정치적 이권과 부채를 당연히 모두 떠안아야 한다. 부채가 많다고 털어버리려 해서는 안 된다. 그런 꼼수는 안 통한다. 이런 전제의 새출발이라면 현재 여권이 잃은 신뢰를 되찾는 단초가 마련될지 모른다

김종철/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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