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26 18:21
수정 : 2006.11.2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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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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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발
부동산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 집 가진 이나 집 없는 이나 큰 관심사이자, 집값의 주요 변수다. 두채 이상 집을 가진 사람은 올해 말까지 잉여 주택을 팔지 않으면 무거운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하는데도 요지부동이다. 더 오를 것이란 계산도 있겠지만, 정책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 탓이 크다. 정권이 바뀌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가 완화될 것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정부가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도 믿지 않는다. 적어도 부동산 시장에선 이미 정권이 바뀌었다.
이 짙은 불확실성을 누가 걷어낼 수 있을까? 모두 한나라당과 당내 유력 대선주자들의 입을 쳐다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대답하지 않는다. 아니, 그럴 이유를 느끼지 않는지 모른다. 집값이 폭등할수록 정부와 여당에 대한 지지도는 추락하고, 반사적으로 한나라당과 대선주자들의 주가는 올라가는 ‘꽃놀이패’를 버릴 까닭이 없다는 듯하다. “상대방의 자살골도 우리 득점”이라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말이 적나라하다.
한나라당도 부동산 대책에 신경쓰는 시늉은 한다. 그러나 당론은 내놓지 않는다. ‘세금폭탄’이라며 정부의 부동산 세제를 질타하면서도, 집권하면 세제를 어떻게 바꾸겠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지난주 열린 의원총회 결론도 같은 맥락이다. 조세개혁특위가 마련한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와 종합부동산세 기준 완화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기로는 했으나,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당론을 정하지도 았았다. 조세개혁특위 안을 두고 부동산 부자를 비호한다는 비판이 거세자 지금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정도다. 지지도를 이어가는 데는 하는 척하면서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암묵적 공감대가 의원들 사이에 형성된 결과로 읽힌다. 현행 부동산 세제 중 어떤 것은 지키겠다고 밝힌 것도 없으니, 조세개혁특위 안과 비슷한 주장이 언제 다시 나올지 알 수 없다.
한나라당 대선주자들도 마찬가지다. 말로는 집값 걱정하고 정부를 질책하지만 그 이상은 가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표 쪽에선 조세개혁특위 안에 반대한다면서도, 어떻게 하겠다고는 하지 않는다. 속내는 박 전 대표를 돕는 한 의원의 말에서 잘 드러난다. “(지금은 왈가왈부하는 게) 정치적으로 아무런 이득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쪽 역시 별반 언급이 없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만이 “책임있는 정치 지도자라면 (부동산 문제에 관한) 확고한 견해를 밝혀야 한다”며, 나름대로 차별화하고 있을 뿐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김영삼 대통령은 위기대책 주도권을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에게 사실상 넘겼다. 세계가 차기 정권의 정책 방향을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황은 비슷하다. 집값 폭등은 위기다. 시장은 한나라당과 유력 대선 주자들을 주시한다. 책임있는 당과 정치인이라면 대답을 해야 한다. 특히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할지 말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지할지 말지, 새도시는 계획대로 지을지 등 적어도 집값에 큰 변수인 이 물음에는 분명하게 지금 답해야 한다. 애매모호한 태도로 반사이익만 챙기겠다는 건 기회주의의 전형이다.
이백은 〈산중문답〉이란 한시에서 ‘문여하의서벽산(問余何意棲碧山) 소이부답심자한(笑而不答心自閑)’이라고 노래했다. 왜 산에 사느냐는 물음에 웃음으로 답을 대신하는 모습에선 탈속의 여유가 묻어나온다. 그러나 정치인의 ‘소이부답’에는 검은 속내와 기회주의가 깃들어 있다. 기회주의로 얻은 인기의 거품은 언젠가 꺼진다. 답이 필요한데 웃기만 하면 짜증난다. 착각은 자유지만 국민이 끝까지 인내하지는 않는다.
김병수 논설위원실장
byung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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