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30 17:54
수정 : 2006.11.30 17:54
|
정남기 논설위원
|
아침햇발
전기 1㎾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얼마일까? 석유를 때면 84원, 수력은 88원, 무연탄은 95원이다. 액화천연가스(LNG)는 무려 210원에 이른다. 신재생 에너지는 더 든다. 풍력이 107원, 태양광은 무려 670~710원이다. 국제 원유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그래도 역시 석유는 값싸고 사용하기 편리한 에너지다. 아직까지 석유가 주력 에너지로 쓰이는 이유다. 사실 석유보다 훨씬 깨끗하고 값싼 에너지가 있다. 원자력이다. 1㎾의 발전단가가 30원에 불과하다. 화석연료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도 없다. 경제성만 따진다면 모든 발전소를 원자력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서일까?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이 28일 국가에너지위원회 출범에 맞춰 원자력 이용 확대에 대한 공론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제 원유가격 상승과 석유 고갈에 대비해 석유 비중을 줄이고 원자력을 늘리자는 얘기다. 그러나 앞뒤가 바뀐 느낌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 에너지산업의 구조적 문제점을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한국의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은 4.28TOE(석유환산톤)이다. 경제 규모가 훨씬 큰 일본(4.05), 영국(3.91)보다 많고 멕시코(1.56)에 비해서는 3배나 되는 대표적인 에너지 과소비형 국가다. 연간 원유 수입액만 400억달러가 넘는다. 중요한 것은 석유냐 원자력이냐, 화석연료냐 신재생 에너지냐가 아니다. 경제 성장을 위해 값싼 에너지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데만 역점을 둬왔던 공급 위주 에너지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먼저다. 그것이 국가에너지위원회가 할 일이다. 한국의 전기요금은 미국, 캐나다 등 에너지 부국을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의 60~80% 수준이다. 이 상황에서 에너지 절약이나 국외유전 개발 등을 얘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제부터라도 가격 인상을 전제로 한 수요관리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업들의 전기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고효율 전동기와 인버터는 이미 3~4년 전 상용화됐다. 그러나 보급률은 1%대다. 전기요금이 워낙 싸다 보니 굳이 효율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 가격 인상이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중소기업들이 아우성을 칠테고, 서민들이 먼저 고통받게 된다. 경제 관료들도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책임질테냐”고 반문해올지 모른다. 그러나 바로 그런 현실론이 대책없이 원전만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담뱃값을 둘러싸고 비슷한 논쟁이 있었다. 흡연을 줄이기 위해 담뱃값을 올리자 정작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그럴듯한 주장이다. 그래도 담뱃값을 올려야 한다. 당장은 경제적 부담이 커지지만 장기적으로는 흡연자 수가 줄어 오히려 비용이 감소한다.
우리가 미국, 캐나다처럼 값싼 에너지를 바탕으로 한 에너지 과소비형 국가로 갈 수는 없다. 일본, 독일, 스웨덴 같은 저소비형으로 가야 한다. 높은 가격과 효율 극대화를 전제로 한 환경 보전과 에너지 절약형 사회다. 또 그에 상응하는 값비싼 대가를 치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제대로 이뤄진다. 한국이 국가에너지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원전 확대를 비친 것과 달리 독일은 2000년 에너지청을 신설하면서 2025년까지 원전을 폐쇄하기로 했다. 발상의 차이다. 값싼 전기를 원한다면 대안은 원전밖에 없다. 발전단가 30원짜리 원자력이 있음에도 700원짜리 태양광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