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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21 17:14 수정 : 2006.12.21 17:14

정남기/논설위원

아침햇발

10년 전인 1996년 12월12일. 경사가 터졌다. 한국이 그렇게도 원하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됐다. 95년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달성을 발판으로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그러나 뒤에는 비정상적으로 높이 평가된 원화 가치가 있었다. 774원까지 내려간 원-달러 환율 덕분에 국민소득 1만달러를 턱걸이했다. 대가는 컸다. 96년 무려 237억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냈고, 외채는 1천억달러를 넘어섰다. 불과 10개월 여 만에 외환위기를 맞았다. 꿈의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열었으니 얼마나 대견한가? 그러나 정작 김영삼 정부의 위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김대중 정부는 초반에 외환위기를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99년 정보기술(IT) 붐이 일면서 주가가 폭등했고, 사람들은 잠시 외환위기의 악몽을 잊었다. 정부는 2000년 초 외환위기 졸업을 선언했다. 그러나 속은 곪아 있었다. 외환위기의 결정판은 99년 8월 대우의 몰락이었다. 대우가 막판에 쏟아낸 수십조원의 부실 채권은 2000년 금융시장을 마비 상태로 몰아갔다. 곧이어 현대투신이 주저앉았고, 불똥은 현대그룹에까지 튀었다. 정부는 그 순간에 경제개혁보다는 남북 정상회담에 온힘을 쏟았다. 구조조정을 해야 할 현대그룹이 정상회담과 대북사업의 대가로 5천억원을 북한으로 넘겼고, 회담은 성사됐다. 국민들은 열광했다. 당장 통일이 될 것 같았다. 김 전 대통령은 전세계 언론의 화려한 조명을 받았고, 노벨평화상까지 거머쥐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최고의 정점에 오른 직후부터 그는 바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현대그룹 역시 사실상 해체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이 아무도 해내지 못한 부동산 세제 개혁을 이뤄냈다. 종합부동산세 도입이야말로 뒤틀린 부동산 시장을 바로잡는 가장 중요한 초석이다. 수십만표가 떨어져나갈 줄 알면서 국민 세금을 올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 큰 일을 했다. 그러나 그 역시 함정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노무현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행정수도 이전과 지역 균형개발은 전국 곳곳의 땅값을 들썩이게 만들었고 토지 보상비로 풀린 수십조원의 돈이 부동산 시장을 헤집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집값만은 잡겠다고 다짐했던 노 대통령은 결국 부동산 때문에 무너졌다.

다시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내년 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주자들이 벌써부터 갖가지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 반값 아파트 등 그럴 듯한 장밋빛 공약들이다. 한가지만 알아두자. 반값 아파트의 원조인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 그가 반값 아파트를 결정한 과정은 이랬다. 참모진이 아파트 분양가를 70%로 낮출 수 있다는 제안을 내놨다. 한참을 생각하던 정 전 회장은 즉석에서 “반값으로 하자”고 결정했다. 그리고 그대로 공약으로 밀어붙였다. 대선 주자들의 공약은 대부분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거나 국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것들이다. 국민소득 1만달러 달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지역 균형개발 어느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들이다. 중요한 것은 총론이 아니라 각론이다. 언제 어떤 방법으로 그것들을 실현할 것이냐다.

때와 방법이 맞지 않으면 좋은 정책이 오히려 일을 그르치게 된다. 요즘 나오는 부동산 대책만 보자. 토지임대부 분양, 환매조건부 분양, 국가시행분양제, 전월세 인상률 5% 제한 등 눈이 현란할 정도다. 헛된 공약은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지 않는다. 위기를 부르고, 국가 대사를 망칠 수도 있다.

정남기/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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