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01 17:07
수정 : 2007.02.0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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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장정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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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발
한반도 상공을 뒤덮은 북한 핵의 먹구름이 조금씩 걷혀 가는 느낌이다. 8일 재개될 베이징 6자 회담에서 합의 도출을 전망하는 보도들이 꼬리를 문다. 각국의 6자 회담 대표들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전망들을 종합할 때 이번 6자 회담에서는 북한과 미국이 서로 체면을 살리는 선에서 양보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런 미봉적 합의는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언제든 파국으로 갈 수 있는 불씨는 여전히 남을 공산이 크다. 북한과 미국 두루 합의 이전의 대결 국면으로 되돌릴 수단을 여전히 손에 쥐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상무부에서 부활시킨 대북 수출허가제나 유엔개발계획(UNDP)의 북한 사업 의혹 등은 북-미 합의를 거부하는 흐름이 미국 내부에서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런 한계가 있음에도 1월 16∼18일 미국의 6자 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와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베를린에서 만나 서로의 협상카드를 타진한 것은 북핵 타결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역사적 분수령이었다고 볼 수 있다. 베를린 회동은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한사코 거부해 온 미국으로서는 큰 대북정책의 변화였던 셈이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 핵시설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해체’(CVID)라는 목표를 포기하고 동결이라는 미봉책을 수용하게 된 것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이후 출현한 미국의 새로운 정치지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우선 부시 정권은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로부터 오는 북한과의 직접대화 압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 합의는 이란에 대한 고강도 압박을 가하려는 명분 축적 성격도 띠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6자 회담의 합의를 통해 미국민들에게 외교적 성과를 과시하고자 하는 목표도 깔린 것 같다. 미국은 또 골치 아픈 북핵 문제를 일단락지음으로써 미국의 군사적-외교적 역량을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린 이라크와 이란 등 중동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 일련의 흐름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북한과 미국이 처음으로 6자 회담의 중재자 구실을 해 온 중국을 배제한 채 실질적인 주고받기식 협상을 벌였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미국이 북핵 문제를 중국에 일임하다시피 해온 점에 비춰 의미심장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동북아시아에서 영향력을 급격히 확대해 온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핵 위기가 큰고비를 넘기게 됨에 따라 남북은 6자 회담의 성과를 어떻게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평화체제 구축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는 과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라크-이란 사태의 전개 여하에 따라서는 주한미군을 중동으로 돌려 배치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동북아 정세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느냐에 관계없이 한반도 평화체제는 남북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불변의 목표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북한의 핵포기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이기도 하다. 6자 회담 이후 전개될 국면에서 우리는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검증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워싱턴/장정수 논설위원
jsjang052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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