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26 17:00
수정 : 2007.02.2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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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장정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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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발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에 앞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한국이 통과해야 될 또하나의 험난한 관문이다.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북한핵 전면 폐기, 북-미 수교 등 앞으로 북핵 실무협상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핵심과제들은 주한미군 철수와 직간접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한반도의 비핵화 및 평화협정과 함께 논의할 수 있다는 방침에 따라 국무부와 국방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방부 쪽에서는 이미 공군을 제외한 지상병력의 일부 또는 전면 철수에 대비한 실무 계획을 세웠다는 얘기도 들린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철수를 추진하는 배경은 조금 복잡하다. 일차적으로는 부시 정권 출범 이후 착수한 세계 미군 재배치의 일환이다. 부시 정권은 냉전의 종식으로 소련 봉쇄 차원에서 구축된 유럽 및 아시아 주둔 미군의 역할이 끝났다고 판단하고 미국의 새로운 전략적 이해관계가 걸린 중동 및 중앙아시아, 동유럽 등으로 재배치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이행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지정학적 무게중심이 유럽 및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사활적 전략물자인 석유의 최대 매장지역인 중동으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한국과 일본 주둔 미군의 경우는 대중국 포위전략과 북핵 위기 때문에 1단계에서는 제외됐다. 그러나 이라크 사태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미국의 사정이 변했다. 또 북핵 문제가 한고비를 넘기게 됨에 따라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여유를 갖게 된 측면도 있다. 미국은 한국,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의 규모를 대폭 축소함으로써 중동지역을 포함한 전략 지역에 대한 군사력 투입능력의 확충을 꾀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철수 방침은 북핵 위기 해소 국면에서 조성된 미국과 중국의 긴밀한 협조관계를 또다른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국은 북핵 위기 해소와 미-중 관계 개선이 이뤄지면 막대한 유지비용이 드는 지상병력의 주둔 없이도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해를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1970년대 초에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중국과의 역사적인 데탕트 정책에 착수한 이후 주한미군 가운데 7사단을 전격 철수한 적이 있다. 취임 초기 일본과의 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봉쇄 정책을 추구했던 부시 정권은 9·11 테러 이후 중국과의 관계개선 쪽으로 급선회했다. 특히 북핵 위기가 표면화되면서 미-중 관계는 급격히 가까워졌다. 부시 정권이 북핵문제를 중국 힘을 빌려 해결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지난 반세기 이상 한국의 안보문제에서 주한미군이 차지해 온 비중을 생각할 때 본격적 철수 논의는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한미군의 존재와 국가안보를 동일시해 온 보수세력은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보수세력은 북핵 위기 해소를 계기로 동아시아에서도 본격화하는 냉전체제의 해체 과정에서 한국의 안보가 주한미군의 주둔으로 보장될 수 있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라크 사태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미국 사회의 분위기는 동아시아의 안보는 동아시아인들의 손으로 해결하라는 쪽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서는 주한미군 철수는 남북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체의 군축을 실현할 기회이기도 하다. 따라서 앞으로 전개될 실무협상에서 한국은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북한의 전면적인 핵 폐기와 통상전력의 감축과 연결시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실현을 앞당기는 적극적인 자세가 바람직하다.
워싱턴/장정수 논설위원
jsjang052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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