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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07 17:46 수정 : 2007.05.07 17:46

워싱턴 장정수/논설위원

아침햇발

2·13 북핵 합의의 이행절차가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계좌 자금 송금 문제로 두달이 넘도록 시작조차 안된 채 겉돌고 있다. 이러한 차질은 일차적으로는 계좌이체와 관련된 금융실무상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만약 북한이 비디에이에서 현금으로 인출했다면 복잡하게 꼬이지 않고 곧바로 2·13 합의의 이행국면에 돌입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북한이 비디에이 계좌 자금의 동결을 미국의 적대적 대북정책의 산물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디에이 문제가 그런 방식으로 풀릴 것으로 예상했다면 그것은 북-미 관계의 본질에 대한 무지이거나 아니면 외면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재무부가 비디에이 문제를 처리한 방식을 보면 동결됐던 2500만달러를 해제한 것말고는 2·13 합의 이전에 미국이 취해온 대북 적대 기조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무부는 비디에이에 대해 ‘돈세탁 은행’이라고 최종 발표하면서 그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재무부는 북한이 반환된 자금의 송금은행으로 희망했던 중국은행에 대해 돈세탁 혐의에 대한 조사 가능성을 흘림으로써 북한 자금의 송금도 사실상 막았다. 재무부가 전 세계 금융기관에 보냈던 메시지는 분명했다. “북한과 거래하는 은행은 제2의 비디에이가 될지 모른다. 말을 듣지 않으면 다친다!”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외교적 방식에 따른 국제분쟁의 해결 사례로 자찬했던 2·13 합의를 미국 재무부가 뒤집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 재무부의 이런 대북 강경 태도는 국무부의 대북 대화기조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대북 정책을 놓고 국무부와 재무부가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을 중심으로 하는 대북 강경파가 대거 실각한 뒤 국무부는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을 정점으로 한 현실주의자들이 장악한 반면 재무부는 스튜어트 레비 차관을 비롯한 네오콘 계열의 강경파 거점이 됐다. 재무부는 9·11 테러 이후 제정된 애국법 311조가 부여한 금융제재권을 무기로 미국의 대외정책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비디에이는 그 첫 시범 케이스였다. 중국과 외부세계와 고립된 북한을 표적으로 한 것이었다. 이는 예상 외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전 세계의 금융기관 중에서 북한과 금융거래를 하려는 은행이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은 미국의 금융제재가 얼마나 위력적이었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재무부 금융제재의 궁극적 목표물은 두말 할 나위 없이 핵개발을 강행하고 있는 이란이다. 비디에이 성공에 고무된 미국은 올해 초 이란에 대해 금융제재를 발동했다. 하지만 이란은 북한이 아니었다. 이란과 금융거래 규모가 큰 유럽의 은행들이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과 같이 고립되고 가난한 국가에 대해서는 위력을 발휘했지만 이란처럼 굴지의 산유국으로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국가에 대해서는 금융제재는 약발이 먹히지 않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초조한 재무부가 비디에이와 북한에 대해 초강경 태도를 고수하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도 현재는 재무부의 강경노선을 묵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볼 때 2·13 합의 이행의 차질은 부시 대통령의 이율배반적인 대북정책의 산물이다. 따라서 그 해결의 열쇠도 부시 대통령의 결단에 달려 있다.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포기하고 외교대화 노선을 선택했던 부시 대통령이 재무부의 대결적 대북 적대정책을 계속 방임하면 그 결과는 미국 북핵정책의 두번째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워싱턴 장정수/논설위원

jsjang052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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