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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17 18:52 수정 : 2007.05.17 18:52

여현호 논설위원

아침햇발

‘이번에는!’과 ‘이번에도 …’는 대선 구도를 설명하는 좋은 열쇳말이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범보수 진영의 속내를 표현하는 데 ‘이번엔 꼭 이겨야 한다’라는 말 말고 다른 무엇이 더 있겠는가. 금방이라도 갈라설 것 같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싸움을 멈춘 것도, 따지고 보면 한나라당 안팎 범보수 진영에 충만한 이런 결의 덕분이다. ‘갈라지면 또 진다’는 범보수의 위기의식과, ‘먼저 나가는 쪽이 죽는다’는 냉엄한 현실론이 두 사람을 주저앉힌 것이라고 봐야 한다.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범여권을 관통하는 분위기는 ‘이번에도 어떻게 되겠지’일 것이다. 1997년 대선의 디제이피(DJP) 연합처럼 지역구도를 잘 짜면, 또는 2002년 대선처럼 마지막 순간에 시너지 효과를 낼 이벤트만 잘 만들어내면 이번에도 이길 수 있다는 기대다. 범여권 통합이나 대선 전략을 둘러싼 이견도 ‘1997년 모델’과 ‘2002년 모델’ 가운데 어느쪽에 무게를 두느냐는 관점의 차이일 수 있다. ‘제3 지대론’이나 ‘후보중심 통합론’ 따위의 온갖 아이디어 역시 ‘이번에도’ 뭔가 ‘잘’ 만들어보자는 데서 출발했을 것이다.

그런데, 분위기가 좀 바뀐 것 같다. ‘이번에는!’ 진영은 여전하다. 이쪽은 ‘이번에도’ 상대가 마지막 순간에 전열을 정비해 대역전을 시도할 것이라며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물론 이쪽도 자신들이 큰 차이로 앞서고 있다는 것은 안다. 알면서도 방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내부 단속용이다.

바뀐 것은 ‘이번에도 …’ 진영이다. 범여권 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하고 지리멸렬해지면서, 이쪽 진영에선 조금씩 다른 말들이 나오고 있다. 아니, 말은 비슷한데 강조하는 포인트가 달라졌다. 예컨대, 노무현 대통령과 가까운 이들 사이에선 이런 시나리오가 논의된다. ‘열린우리당에서 나갈 사람 다 나가고 나면, 당을 리모델링해 독자적으로 대선 후보를 뽑는다. 탈당 그룹 쪽 후보와 각개약진을 하다 보면 마지막 순간엔 합치자는 말이 나올 것이고, 그때 후보 단일화를 해 시너지 효과를 내면 된다’는 내용이다. 한나라당 쪽이 경계하는, 전형적인 ‘이번에도 …’ 모델이다. 하지만 요즘 이런 말을 하는 이들의 어조엔 ‘안 되면 말고 …’가 꼬리표처럼 감지된다. 그렇게 해도 ‘결승’에서 지면 할 수 없고, 또 ‘준결승’조차 안 돼도 어쩔 수 없지 않으냐는 것이다. “적어도 (대선 뒤에도) 의미있는 정치세력으로 남을 순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초점은 ‘후보 단일화’가 아니라, ‘의미 있는 정치세력’ 쪽이다.

노 대통령의 측근들을 중심으로 한 ‘참여정부 평가포럼’이 지방조직 건설 등 정치세력화를 서두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만 설명될 수 있다. 아마 이들과 노무현 정부 장·차관들의 상당수가 내년 4월 총선에 나설 것이다.

‘친노’ 쪽만이 아니다. 열린우리당에 남은 이들이나, 나갔거나 나가려는 이들 모두 나름대로 계산에 분주하다. 지역구내 표의 구성과 명분을 변수 삼아 자신이 설 수 있는 온갖 가능한 좌표를 생각해 내고, 그 득실을 따진다. 하지만 이들의 고민은 내년 총선 때 자신의 유·불리에 모아진다. 대선 승리 방안은 어느 틈엔가 빠져 있다.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면 그렇다. 고건·정운찬 등 범여권의 잠재적 대선 후보들이 스스로 포기한 뒤, 좌절과 실망이 쌓이고 쌓인 탓일 게다.

승부를 겨루는 양쪽의 마음가짐이 다르면, 경기는 해보나마나다. 달리기에서도 결승선 너머 엉뚱한 쪽을 보고 있다가는 엎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다간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보는 사람도 답답해진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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