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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14 18:37 수정 : 2007.06.14 18:37

김병수 논설위원실장

아침햇발

경기가 바닥을 쳤는지 천장에 닿았는지, 당시에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자산 가격의 흐름도 마찬가지다. 바닥, 또는 천장인지를 알면 떼돈 벌 테지만, 한참 지난 뒤에야 “그때였구나!” 하고 아쉬워할 뿐이다.

집값이 하락 안정세로 돌아선 듯하더니 다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탄 제2 새도시 계획 발표가 주택시장을 흔들어 놓은 듯한 형국이다. 동탄으로는 서울 강남 수요를 대체할 수 없어 강남권 아파트의 희소성이 더 커지게 됐다거나, 토지 보상비가 강남 집값을 올릴 것이라는 둥, 집값 걱정을 하는 건지 집값이 오르라고 부채질하는 건지 모를 일부 언론의 보도도 적잖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집이 없거나 집을 좀 넓혀 가려는 이들로선 또 때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조급증도 생길 만하다. 그러나 조급증에 덥석 덤볐다가는 정말 땅을 칠지도 모른다. 주택시장 여건이 많아 달라졌다. 값이 너무 올랐고, 총부채 상환비율(DTI)을 적용한 주택 담보대출 규제는 이전의 어떤 대출 규제보다 강력하다. 분양값 상한제가 도입된데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도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세계적인 금리 인상 움직임도 큰 변수다. 투기적 수요가 선뜻 따라붙기 어려운 상황으로 시장이 변했다. 일부 언론이 ‘펌프질’만 않는다면 집값은 곧 하락세로 다시 돌아설 것으로 나는 본다. 냉철하게 시장을 살피고 대응해야 할 때다.

바턴 빅스의 <투자전쟁>에 인용된 한 대목은 귀기울여 볼 만하다. “네드 데이비드 리서치의 네드 데이비드는 여러 해 동안 주식시장의 체감지표들을 연구했는데, 그는 시장이 변동할 때 군중은 늘 잘못 판단하며 또 주가가 바닥에 있거나 천장에 있을 때 이를 감지하는 군중의 체감 정서도 늘 잘못 작동한다고 말했다. 어디가 천장인지 어디가 바닥인지는 지나고 나야 적확하게 알 수 있는데 이런 부정확성은 엄청난 고통을 몰고 올 수 있다.” 주식시장 얘기지만, 다른 자산시장도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준구 서울대 교수(경제학부)가 쓴 ‘주택가격 폭등의 진실, 그리고 해법’이란 글의 한 대목에도 눈길이 간다. “부동산 불패의 신화는 ‘자기 실현적 예측’의 성격을 갖는다. 다시 말해 주택을 사놓으면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믿음이 팽배해 있을 때 주택을 사는 사람이 손해를 보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불패 신화가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원인이 되고, 주택 가격 상승이 다시 그 신화를 강화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결과가 빚어진다.” 지금까지 주택시장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 교수도 신화가 깨질 날이 멀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다음 정부가 종부세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확정하는 순간 사람들은 거품의 존재를 깨닫게 되리라는 것이다.

그래도 불패 신화를 믿으며 집 투기에 나서는 이들은 분명 있다. 그들이 가장 기대하는 건 다음 정권일 것이다. 새 정권이 종부세와 대출규제 등 부동산 정책을 완화하리란 기대가 밑바닥에 깔려 있을 것이다. 하긴 유력 대선 주자란 이들이 그런 기대를 심어준 탓이 크긴 하다. 그래서 지금 집을 살지 말지 고민하는 이들은 힘을 합쳐, 유력 대선 주자들한테 ‘집권하면 부동산 정책을 완화할지, 말지 분명히 하라’고 압박해 다짐을 받는 게 실패 확률을 줄일 가장 현명한 길일 테다.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

덧붙임: 시장에 맡겨 두면 자연스레 공급이 늘어 집값이 균형을 찾게 된다는 식의 시장원리만 되뇌는 ‘얼치기’ 전문가나, 종부세를 두고 ‘세금 폭탄’ 운운하는 이들은 이준구 교수의 홈페이지(http://jkl123.com/)에 실린 글을 한 번 읽어보시라.

김병수 논설위원실장 byung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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