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6.25 18:14 수정 : 2007.06.25 18:14

워싱턴/장정수 논설위원

아침햇발

다섯달째 겉돌던 2·13 북핵 합의가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북한 계좌의 자금 송금 문제 해결을 계기로 본격적인 이행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영변의 원자로 폐쇄 및 6자 회담 재개, 대북 중유 제공, 분과별 실무회담 개최 등 북핵 합의 2단계 이행조처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전망이다.

돌파구 마련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뉴욕연방은행을 통한 북한 자금의 송금을 허용하는 특단의 조처를 취함으로써 가능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 선택은 2·13 북핵 합의의 회생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대한 분기점이었다. 부시 대통령이 이 문제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북핵 합의는 첫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파탄에 직면하는 위기를 맞았을지도 모른다.

북한이 요구했던 미국 은행 경유의 계좌이체는 미국 내 모든 금융기관에 대해 불법자금 거래를 금지하는 미국 애국법 311조에 따라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부시 대통령도 더는 양보할 의사가 없는 듯했다. 그는 지난 5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미국의 인내는 무한하지 않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후 딕 체니 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대북 강경파가 대북정책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재무부의 테러금융정보국이 그 선봉이었다. 2·13 합의를 주도한 국무부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북핵 후속협상의 교착상태는 그 산물이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국무부의 손을 들어 주었다. 311조의 적용 대상이 아닌 뉴욕연방은행이라는 절묘한 카드를 찾아낸 것이다. 대북 현실주의자들의 승리였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릴 경우 국내외적으로 입게 될 정치적 타격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의 결단은 그가 북핵 합의에 대한 미국내 보수세력의 비판에도 북핵 협상 자체를 없었던 일로 되돌릴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북핵 협상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아태차관보의 방북 허용도 그 연장선에서 나왔다. 워싱턴의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부시 대통령이 다른 선택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화협상과 관계개선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미국판 ‘햇볕정책’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부시의 햇볕정책이 북한이 요구하는 적대정책의 전면적인 청산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문제가 됐던 2500만달러의 송금 문제가 해결됐다고 해서 앞으로 북한이 국제금융기관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전 세계의 은행들은 여전히 미국 재무부의 눈치를 살피면서 북한과의 금융거래를 꺼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부시 대통령이 다시 현실주의 노선으로 재선회함으로써 힐 차관보를 중심으로 한 협상파의 입지가 강화된 것은 사실이다. 북한의 대응 여하에 따라서는 북-미 관계 개선이 획기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급진전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 중국 등 북핵 관련 당사국들이 북한의 핵폐기를 우회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에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미 관계의 정상화가 선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이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을 위해서는 북-미 관계의 근본적 개선이 필수적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워싱턴/장정수 논설위원


jsjang0527@hotmail.com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아침햇발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