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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10 18:08 수정 : 2007.09.10 18:08

여현호/논설위원

아침햇발

착각은 위험하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대통합 민주신당의 국회 의석은 절반 가까운 143석이다. 한나라당이 129석이니, 전형적인 양당 구도다. 하지만 그렇게 보일 뿐, 이미 밑에서부터 허물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옛 열린우리당이나 현 통합신당의 지지율은 한나라당의 4분의 1이나 5분의 1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탈당, 합당, 창당 등 온갖 노력을 다 했지만, 강금실 전 법무장관 말마따나 “냉소를 넘어, 분노와 실망이 켜켜이 쌓여 응어리진” 국민의 “거대한 외면”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데도 양당 구도가 이어진다고 한다면, 착각이다. 발 밑의 낭떠러지를 보지 못하게 된다.

착각은 또 있다. 통합신당은 창당하자마자 대선후보 경선을 서둘러 시작했다. 5년 전과 같은 바람을 기대했을 게다. 하지만 뭔가 빠졌다. 2002년 당시 민주당의 경선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상대인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가 엘리트주의와 대세론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그에 맞선 대중 참여와 열세 비주류 후보의 약진은 감동을 줄 수 있었다. 이제는 경선이라는 ‘형식’ 만으론 감동을 주지 못한다. 이 당 저 당 모두 경선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통합신당의 경선은 미숙하기까지 하다. 유령 선거인단 논란에 이어 표 집계도 제대로 못하는가 하면, 본경선을 코앞에 둔 지금까지 기초적인 규칙도 확정하지 못했다. 이런 모습으로 국민의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 또한 착각이다.

정치공학으로 표를 모은다는 생각부터가 잘못일 수 있다. 우리 국민 상당수는 자신이 진보적이거나, 최소한 중도적이라고 생각한다. ‘대선은 51 대 49의 싸움’이라고 말할 때, 그런 팽팽한 대결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 지지층이다. 하지만 통합신당과 경선 후보들의 지지율을 보면 아직도 이들은 결집하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연합이나 남북 정상회담 개최 등은 한나라당이 두려워했던, 대선의 중요 변수들이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신당이 출현했는데도 왜 지지층이 모이지 않을까. 국민들이 보기에 모자라기 때문이다. 경선이라는 형식, 통합이라는 모양새, 쟁점을 바꿀 수도 있는 변수 등 정치공학적 요소들은 다 갖췄지만, 정작 국민이 보고 싶은 ‘내용’은 없다. 왜 집권해야 하는지, 집권하면 뭘 할 수 있는지, 그래서 왜 다시 표를 찍으러 투표소에 가야 하는지, 그 이유를 잠재적 지지층이 듣지 못한 탓이다. 후보만 뽑으면 어떻게 되겠지라고 여전히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7월21일 <한겨레> 여론조사에선, 누가 범여권 단일 후보로 되든 지지하겠다는 ‘무조건 지지층’이 12.2%였다. 지금 통합신당 지지율 정도다. 이걸로는 당선될 수 없다.

정작 걱정되는 것은 그 다음, 다음이다. 통합신당이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해 결국 대선에서 진다면, 당을 유지할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다. 그동안의 모습이 서로의 차이를 좁히면서 당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리더십을 구축하는 과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용 없이 급조한 정당이어서 더 쉽게 깨어질 수 있다. 설령 그렇게 분열되지 않더라도 지금의 지지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면, 내년 4월 총선에선 양당 체제가 완전히 허물어질 수 있다. 거대 한나라당에, 몇 십 석의 고만고만한 당 한두 개, 그리고 나머지 군소 정당들의 구도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범여권으로선 상상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상황에도 대비해야 할 것 같다. 원래 최악의 시나리오는 궤멸적 타격만은 막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현호/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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