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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18 19:06 수정 : 2007.10.18 19:06

정남기/논설위원

아침햇발

“개인용 컴퓨터처럼 100만원대 국민로봇을 만들어 2011년까지 300만대를 보급하겠다.” 정보통신부가 2005년 10월 국민로봇 사업을 발표하면서 내건 거창한 청사진이다. 당장 2006년에 안내, 경비 등을 담당할 100만원대 네트워크형 로봇을 출시하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국민로봇 시대가 열리리란 전망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시제품은 컴퓨터에 바퀴를 달아놓은 수준이고, 정통부는 여전히 시범사업만 되풀이하고 있다.

애초부터 현실성 없는 황당한 구상이었다. 산업자원부가 주도하는 ‘로봇산업 육성’에 숟가락 하나를 더 얹으려고 네트워크 로봇이란 개념을 짜낸 것이다. 로봇산업뿐 아니다. 정보기술(IT) 산업 국외진출 지원, 핵심 인력 양성, 혁신성 아이티 중소기업 지원 등 정통부 업무의 태반이 산자부나 중소기업청이 이미 하고 있는 일들이다. 아까운 돈과 인력을 쓸데없는 곳에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정통부의 고유 업무는 주파수 관리와 통신사업자 인허가가 대부분이다. 콘텐츠 업무는 문화관광부, 공정경쟁과 소비자 보호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소비자위원회, 산업 육성 업무는 산자부와 중기청이 해야 할 일이다. 우정사업 역시 별도 청으로 떼내야 할 업무다. 생존 본능이라고 해야 할까? 정통부는 거꾸로 각종 규제를 양산하고 산하 단체와 조직을 만들어 몸집을 불려왔다. 그 덕분에 단말기 보조금이나 통신요금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만들어졌고, 국민의 통신비 부담은 커져 갔다.

이제 정통부의 역할은 끝났다. 정보통신산업이 성숙 단계에 들어선 이상 어떻게든 위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마침 방송, 통신의 기술적 융합이 이뤄지면서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통합 논의가 진행 중이다. 좋은 기회다. 단순한 기구 통합에 그치지 말고 방송위와 정통부 조직을 대수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방통융합을 하게 되면, 무엇보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방송·통신 등 매체에 대한 규제와, 산업 육성에 초점을 둔 진흥 기능이 나뉘어야 한다. 새로 설립될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 및 통신 사업 인허가와 주파수 관리, 콘텐츠 심의 등 규제와 관련한 정책과 집행을 담당하고, 진흥 기능은 산자부와 문화관광부에 이관해 통합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더불어 방송통신위원회는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한 합의제 행정기관의 틀을 갖춰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국민의식을 지배하는 미디어나 매체에 대한 규제 권한을 정부 부처의 손에 넘겨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정부는 부처가 모든 정책을 총괄하고, 위원회는 규제 업무를 집행하기만 하는 통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총리실이 나서고 정통부가 뒤에서 움직이는 형태다. 안 될 말이다. 규제와 산업육성 업무를 한데 모아놓는 것은 원리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위원회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된다.

미국 연방커뮤니케이션위원회(FCC)와 영국 커뮤니케이션위원회(OFCOM)는 모두 독자적인 정책 결정과 집행 권한이 있으며, 의회에 보고하고 책임을 지게 돼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한국방송이나 방송문화재단 이사 선임 때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단순한 집행기관으로 전락하게 된다면 방송·통신 등 대부분의 매체들이 정부 영향권에 들어가게 될 게 뻔하다. 이는 방통융합 논의의 계기가 된 아이피(IP) 텔레비전 도입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다. 방통융합은 위원회의 공익성과 공공성,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대전제다. 산업 육성이란 얄팍한 논리에 본말이 뒤바뀌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정남기/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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