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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08 18:03 수정 : 2007.11.08 18:03

김지석/논설위원

아침햇발

‘3.5 후보 법칙’이 여전히 유효한 걸까. 대통령 선거일을 40일 남짓 앞두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무소속 출마 선언을 했다. 이명박·정동영 후보와 더불어 전체 판을 이끄는 주요 후보가 셋으로 늘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된 이후 주요 후보는 항상 셋이었다. 2002년 대선의 노무현·이회창·정몽준, 97년의 김대중·이회창·이인제, 92년의 김영삼·김대중·정주영, 87년의 노태우·김영삼·김대중 후보(모두 득표율 차례)가 그들이다. 이들 외에, 전체 판을 좌우하지는 못해도 일정한 영향을 끼치는 후보가 한둘씩 있었다. 이른바 ‘0.5 후보’다. 2002년과 97년의 권영길, 92년의 박찬종·백기완, 87년의 김종필 후보가 그렇다. 지금으로선 문국현·권영길 후보가 그런 위치에 있다.

주요 후보 가운데 둘은 보수와 개혁을 대표하고 그 사이에 셋째 후보가 있는 구도가 3.5 후보 법칙의 기본틀이다. 셋째 후보는 그럼으로써 자연스럽게 결정권(캐스팅보트)을 행사한다. 2002년의 정몽준, 97년의 이인제, 92년의 정주영 후보가 그랬다. 대개 보수·개혁 후보가 놓치기 쉬운 실용주의와 경제중심주의가 셋째 후보에서 관철된다. ‘수구적 보수’와 ‘불확실한 개혁’ 사이를 파고드는 것이다. 이들이 어느 후보 표를 갉아먹느냐, 또는 어느 후보와 연합하느냐에 따라 대선 결과는 달라졌다.

이번 대선에선 노선으로 볼 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셋째 후보에 해당한다. 과거 대선과 가장 차이가 나는 점이 바로 이것이다. 게다가 이 후보 지지율은 다른 후보보다 크게 앞선다. 그러다 보니 한나라당 안팎의 수구적 분파는 몸이 달았다. 이 전 총재의 출마 선언은 보수세력의 전례 없는 분화·분열을 반영한다.

과거 셋째 후보는 상대적으로 개혁 쪽에 가까웠으나 이명박 후보는 개혁 쪽과 일정한 선을 긋고 있다. 그의 최대 무기는 국민의 물질적 욕구를 공공연하게 자극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집권하면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 시대가 부활할 거라고 공언한다. 남북관계까지도 경제적 문제로 치환해 버린다.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권 중간층에게는 집과 땅 등의 재산가치가 늘어날 것이라는 환상을 부추긴다. 자신의 도덕성 문제를 눈감아주면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유혹하는 셈이다. 이런 물질주의는 소득이 늘어날수록 비물질적 이슈에 관심이 높아지는 세계적 추세와도 상반된다. 이 후보는 물질적 욕구를 정치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앞으로 그 폐해는 심각할 것이다. 누가 이기든 물질주의의 덫이 당선자와 국민을 옥죌 수밖에 없다.

이회창 전 총재 진영은 이번 대선의 성격을 ‘친김정일 세력과 이에 맞서는 대한민국 수호세력과의 싸움’으로 규정한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추진된 대북정책을 모두 부정하는 것이다. ‘좌파정권 종식’이라는 구호 역시 냉전식 색깔론의 산물이다. 그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생각하면 전형적인 수구 보수의 모습이다. 지금은 2차대전 이후 가장 보수적이었던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가 앞장서서 북-미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때다. 이 전 총재 쪽 행태는 한국 보수세력의 수구적 분파가 얼마나 시대착오적인가를 보여준다.

보수세력은 이제 물질주의와 수구라는 명확한 성격을 드러냈다. 합리적 보수는 자취를 감췄다. 이번 대선에서도 과거와 같은 3.5 후보의 구도가 관철되고 있지만 내용은 이전과 크게 차이가 난다. 주로 보수 쪽의 변화 탓이다. 물론 또다른 큰 변수가 있다. 개혁 진영의 후보 단일화가 그것이다. 투표일까지는 아직 40일이 남았다.

김지석/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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