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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28 20:03 수정 : 2008.01.28 20:03

김병수 논설위원실장

아침햇발

새 정부 첫 총리 후보자가 지명됐다. 새 정부 첫 각료진 인선 작업도 본격화할 게다. 사실 윤곽은 이미 상당히 잡혀가는 모양새다. 일부 경제부처의 경우 특정 인물의 장관 부임을 기정사실로 여긴다. 고위 공무원들이 벌써 ‘새 장관’의 눈높이에 맞추려 움직이는 모습도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제 앞에 학연 지연 혈연은 없다.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와 지근거리에 있는 이는 이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에 대해 “측근들 중 상당수는 지연이나 학연, 인연으로 얽혀 있다. 그러나 중요한 인사를 할 때는 여기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흘러가는 기류는 그렇지만도 않다. 핵심 부처 입각이 유력시되는 인물은 주로 이 당선인의 측근들이다. 말로 어떻게 분칠하던 결국은 학연 지연 인연이 주요 고리다.

노무현 정부의 주축은 386세대였다고 말한다. 그런 화법으로 본다면 새 정부의 중심은 664세대(60대, 1960년대 학번, 40년대생)와 575세대가 될 듯하다. 일부 40대 ‘실세’가 있긴 하나, 전체적으로는 그렇다. 이 당선인 측근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폄하했다. 그런데 이 프레임이 부메랑이 된 건가? 새 정부 주축 세력들은 10년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다. 모두 살펴볼 수는 없고, 하마평이 구체적이고 눈에 띄는 경제 쪽 핵심 인맥을 대표적으로 보자.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과 강만수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46년생)이 모두 40년대생의 60대다. 그 외에 거론되는 이들도 50~60대 전·현직 관료나 이 당선인과 연이 닿는 이들이 주류를 이룬다.

나이를 잣대로 삼자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주로 활약했던 시대는 중요하다. 입각하지 않더라도 상당한 영향력을 지닐 것으로 보이는 사공일씨는 꼭 20년 전에 재무부 장관을 지냈다. 경제부처 수장격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유력시되는 강만수씨는 10년 전에 재정경제원 차관을 끝으로 관직을 떠났다. 윤진식씨도 관료사회 눈으로 보면 떠난 인물이다. 경제정책은 청와대와 이들이 이끌고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10년 이전 시대는, 개발경제의 적폐가 쌓여 결국 외환위기로 이어졌던, 구 경제체제가 지배하던 때다. 그간 와신상담하며 새 경제흐름에 맞춰 실력을 갈고 닦았을 수는 있다. 그래서 환골탈태했을 수도 있지만, 그들의 머릿속엔 여전히 10~20년 전의 패러다임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란 지적 역시 상식적이다. 규제완화와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경제를 이끄는 철학과 능력의 전부는 아니다. 전직 고위 경제관료를 지낸 한 인사는 “경제의 현 중심 세대와 통하는 인물이 정책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잃어버린 10년’이란 프레임 속에 이뤄지는 옛 인물의 중심세력 복귀를 에둘러 걱정하는 말이다.

탕평과 폭넓은 인재 등용은 예나 지금이나 리더의 큰 덕목 중 하나다. 나이가 많다고, 옛 인물이라고 무조건 배척할 일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균형은 필요하며, 다른 목소리도 들을 수 있고, 시대에 맞아야 한다. 팔이 안으로 굽는 식의 인선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이 당선인의 한 측근은 새 정부 인선과 관련해 “노장층과 소장파가 조화를 이루는 ‘드림팀’이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나, 지금까지 들려오는 얘기로는 그리 될지 의문이다. 정부 출범 첫해에 임기 중 할 일의 절반은 이뤄진다. 첫 조각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장강의 앞물결이 뒷물결을 밀어내지 못한다. 그래서 더 걱정이다.

김병수 논설위원실장 byung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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