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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11 20:00 수정 : 2008.02.11 20:00

정남구 논설위원

아침햇발

세계 금융시장이 쉼없이 요동치고 있는데도,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이들이 우리 경제의 앞날을 낙관하는 듯하다. 주식시장에도 주택시장에도 낙관론이 팽배하다. 이 소나기가 지나가면 곧 무지개가 뜰 것이라고들 한다. 새 정부가 6% 성장을 장담하는 판이니 대중들의 이런 기대는 어쩌면 당연하다.

따지고 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란 표현부터가 사태를 곧이 보지 않으려는 의지를 담고 있는 듯하다. ‘미국 주택가격 거품 붕괴 사태’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미국의 집값 하락은 곧 멈출 것 같지 않다. 그것은 미국의 소비를 위축시키고 경기를 침체로 이끌 것이다. 그리 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말고 또 어떤 폭탄이 터져나올지 알 수 없는 국면이다. 세계의 시장인 미국의 소비 위축은 수출 비중이 큰 아시아 나라들한테는 겨울바람을 몰고 올 것이다. 그 바람이 얼마나 세차고 오래갈 것이냐가 지금 관심의 초점인데, 조짐은 갈수록 나쁘다.

물론 미국 경제는 침체에서 금세 회복하는 내공을 자랑해 왔다. 1945년 이후 여덟 번의 경기순환에서 확장기는 평균 52개월이지만, 침체기는 10개월에 그쳤다. 이번에도 그럴까? “세계 경제가 지난 60여년 지속해 온 슈퍼 호황(super-boom)의 끝점에 와 있다”는 조지 소로스의 말은 그가 헤지펀드의 운용자라는 점을 고려해 들어야할 테지만, 미국 경제가 앓고 있는 증상이 가볍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에는 손색이 없다.

최근 10년 세계 경제의 성장을 이끈 것은 ‘미국의 소비와 중국의 투자’였다. 이른바 ‘모터사이클 경제’였다. 미국의 가계는 저축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때까지 소비를 늘렸다. 과소비 위험을 잊게 하고, 부추기기까지 한 에너지는 저금리에 기댄 집값 상승이었다. 중국이라는 세계의 공장이 공급해준 값싼 상품은 ‘물가상승 없는 경기호황’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켰지만, 그것 역시 환상이었음이 드러났다.

그동안 미국 경제는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금리를 내리고 자산가격을 끌어올려 소비를 지탱하는 ‘그린스펀식 처방’이란 항생제로 잘 버텼다. 이번에도 미국은 금리를 내리고 세금을 돌려주기로 했다. 하지만 한번 무너진 집값을 상승으로 돌려놓기엔 역부족이다. 금리 인하는 물가 불안을 더 키울 터이다. 빚잔치라는 외과수술 없이 항생제로 치유하려다 보면, 치료 기간만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외부환경’만 나쁜 게 아니라는 게 우리로서는 더 큰 걱정거리다. 우리 경제 안의 병증도 살짝 누르면 터질 정도로 깊어진 까닭이다. 외환위기 때는 기업과 금융 부문이 문제였지만, 지금은 가계 부문이 문제다. 가계의 소득 부진이 쌓이면서 1999년 16.3%이던 개인 순저축률은 이듬해 9.9%로, 2006년에는 3.5%까지 떨어졌다. 급증한 가계 부채의 위험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집값은 비정상적으로 급등해 있다.

그런 가운데 그동안 우리 경제를 떠받쳐 온 무역 부문이 벌써부터 심상찮다. 대미 수출은 거의 제자리걸음이고, 지난해 20%까지 치솟던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5%로 떨어졌다. 1월 무역수지는 33억달러 적자를 냈다. 비관은 경제에 독이 되지만, 막연한 낙관이 현실의 힘 앞에 무너질 때는 치명상을 입는다. 외환위기를 눈앞에 두고 경제 기초여건 곧 ‘펀더멘털은 튼튼하다’던 경제관료들의 말은 ‘개그’가 아니었다. 새 정부는 고성장을 해서 다같이 잘 살게 해주겠다고 한다. 그리만 되면 좋겠지만, 얼마 지나지도 않아 ‘여기가 아닌개벼!’라고 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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